인내심은 근육에서 나온다

by 김콤마

똥과 오줌과 토. 아기가 조심해야 할 것 세 가지. 물론 아기는 조심하지 못 한다. 그래서 종종 똥이나 오줌이 기저귀 밖으로 새서 침대나 의자나 바닥에 칠갑을 하고, 옷 위에 토를 해버린다.


처치에는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일단 아이의 몸에 오물이 묻지 않게 옷을 최대한 늘려서 살살 빼내야 한다. 그리고 내 몸에 오물이 묻지 않을 만큼 팔을 뻗어서 아이를 들되 욕실로 데려가는 길에 아이의 몸이 흔들려서 오물이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일이 없을 만큼 팔을 굽혀야 한다. 그에 맞춰 발걸음도 진동의 최소화와 속도의 극대화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다 씻긴 후에는 자꾸만 다가오는 아이를 필사적으로 밀쳐내면서 오염 지대를 정화하고 필요하면 알코올로 싹 소독까지 해야 한다.


그나마 보호자가 둘이라서 분업이 가능하다면 낫지만, 혼자서 뒤집어써야 할 때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진다. 더군다나 방금 씻겨놨는데 그 난리를 쳐놓았다면 내 방광이나 괄약근에서도 힘이 쪽 빠지니 주의해야 한다.


나는 그럴 때 대체로 가슴에서 주먹 하나가 쑥 올라오지만 어느 날인가는 주먹 대신 박수를 칠 만큼 어른스럽게 대처했다. 마음에 여유가 있었다. 왜인가 보니 운동을 한 날이었다. 까짓것 한 번 더 씻기면 되지. 안 힘들어. 나 오늘 쌩쌩하거든!


육아는 체력전이다. 별것 아닌 일에도 벌컥벌컥 화가 치밀 때 나를 돌아보면 언제나 몸이 지쳐 있다.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못 일어난다. 어딘가 쑤시고 결린다. 수시로 애를 쫓아다니며 안았다 내리고, 입히고 벗기고, 먹이고 닦고, 그 와중에 밥 하고 청소 하고, 별일 아닌 것 같아도 조금씩 체력이 소모되다 보면 결국 고갈된다.


체력을 보충하려면 잠이 보약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육아인은 일찍 안 잔다. 애들 재우고 나면 그때부터 비로소 내 시간인데 아까워서 어떻게 자? 그래서 만성피로에 시달린다. 수면 외에 체력을 보충하는 방법으로는 운동이 있다. 운동은 체력을 소모하는 일이지만 무슨 원리인지 잠시 후 체력이 회복된다. 소모량보다 회복량이 더 크다. 그래서 운동을 꾸준히 하면 체력이 남으니까 만사에 여유가 생긴다. 체력이 곧 정신력이다. 몸에 힘이 남아돌아야 마음에도 갖다 쓸 수 있는 것이다.


꾸준히 하려면 열심히 하지 말아야 한다. 나이 들어서 운동을 열심히 하면, 특히 나처럼 10~20대에 운동과 소원했던 사람이 열심히 하면 높은 확률로 부상을 당한다. 언젠가 헬스장에서 다리 운동을 하는데 그날 따라 힘이 잘 들어갔다. 무거운 원판을 계속 더하는데도 힘에 부치지 않았다. 그래서 한계까지 무게를 올리고 무릎에 찌르르 통증이 올 때까지 다리를 부렸다.


집으로 오는데 무릎이 뻐근했다. 앉았다 일어설 때마다 뼈와 뼈가 그그극 긁히는 것 같았다. 걸을 때는 괜찮지만 달리면 바늘로 쿡쿡 찌르는 느낌이었다. 미지근한 통증이 한 달 넘게 지속돼 결국 병원에 갔더니 주사를 좀 맞으랬다. 아니, 엉덩이 주사 말고 무릎 주사! 엉덩이는 살이지만 무릎은 관절이다. 뼈에 직접 바늘을 찌르는 것 같은 그 주사를 한 방만 맞아도 의사 선생님이 뭐든 불라면 순순히 불게 되리란 생각이 든다. 무슨 비밀이든 털어놓을 것이다.


그놈의 주사를 하루에 3방씩 총 4일을 맞았다. 그후로는 함부로 무게를 안 친다. 남들은 피자 라지 한 판 같은 원반을 두세 개씩 달 때 나는 손바닥 만한 거 하나 달고 운동한다. 그게 꾸준히 하는 비결이다. 열심히는 젊었을 때 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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