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거 이거 아주 귀한 건데

by 김콤마

자고로 조공을 바칠 때는 특산품이 최고다. 아무데서나 쉽게 구할 수 없는 것이라야 한다. 그래서 이번 학기 유치원 학부모 상담 때 아내는 깡을 가져갔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애들 작은 아빠, 그러니까 내 동생이 애들 주라고 특별히 꿍쳐둔 먹태깡과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더 인기라는 노가리칩을, 품절 대란으로 구하기 어려웠던 그 귀한 과자 두 봉지를 애들 안 먹이고 고스란히 첫째의 선생님께 진상했다.


우리가 선생님에게 드리는 선물이라고 해봐야 그렇게 저렴한 간식거리가 고작이다. 거기서 더 나가면 촌지가 되어버리니 받는 사람도 곤란하다. 이번 소풍 때는 선생님들 드시라고 아침 일찍 편의점에서 커피 몇 개를 사 와서 애 등원할 때 챙겨보냈다. 그러면서 정작 애 음료수는 쏙 빼버려서 남들 음료수 먹을 때 물만 마시게 만들었지만, 야, 그거 다 엄마아빠가 너 잘되라고 그런 거야.


선생님이 우리 애 좀 신경 써주십사 드리는 약소한 선물이다. 선생님이 우리 애에게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사실 우리는 모른다. 아이는 집에 오면 유치원 일은 다 잊어버리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도무지 말할 줄을 모른다. 내가 어릴 적에 우리 어머니가 왜 니 얘기를 다른 엄마들한테 들어야 하냐고 혀를 차신 적이 있는데 부전자전일까. 그러니 아이의 언행에서 슬쩍슬쩍 비치는 힌트를 포착해야 한다.


가령, 담임 선생님이 등하원 차량 도우미일 때 아이와 선생님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가 그렇다. 지난번에 보니 아이가 버스에 타자 선생님이 이모 같은 표정으로 말을 걸며 머리를 쓰다듬어줬고 아이는 쑥스럽게 웃었다. 아이는 남자인데 종종 유치원에서 머리를 묶고 온다. 선생님이 여자애들 묶어줄 때 옆에 가서 묶어 달라고 한단다. 그리고 수시로 유치원을 배경으로 한 상황극을 연출하며 선생님 역할을 맡는데 이때 보이는 행동도 선생님의 평소 모습을 가늠하기 위한 자료가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를 안심시킨 것은 어느 날 아이가 무심코 던진 말이었다. 학부모 참관 수업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이전에는 매번 엄마가 다녀왔지만 이번에는 아이가 아빠를 지목했다. 나는 매일 집에서 일하기 때문에 옷이 대부분 트레이닝복을 포함한 편한 복장이다. 그래도 정식으로 유치원에 가는 날인데 후줄근하게 갈 수 없어 뭘 입어야 할지 아내와 상의 중이었다. 그때 거실에서 굳이 소파 등받이에 기어올라가고 있던 첫째가 “너 언제 잘래?”라고 물으면 “안 자”라고 말할 때처럼 아무 고민 없이 자동반사적인 말투로 말했다.


“아무거나 입어도 선생님이 예뻐해 줄 거야.”


우리는 아이의 눈에 비친 담임 선생님이 그런 사람이라고 믿기로 했다. 물론 실상이야 알 수 없다. 사실은 브랜드 순으로 애들을 사랑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다만 직접 확인할 수 없으니 이런 사소한 조각들로 퍼즐을 맞춰볼 뿐이다. 그리고 우리가 맞춘 그림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귀한 먹태깡을 바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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