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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원하는 번역가의 1순위 조건

OO 안 시키는 번역가

by 김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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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원하는 번역가의 제일 중요한 조건은 간단합니다. 바로 편집자를 고생시키지 않는 것.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일까요?


첫째, 마감을 반드시 지키는 것입니다. 마감 며칠 어긴다고 뭐가 크게 달라지겠냐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출판사는 출간 일정이 촘촘하게 짜여 있고 편집자들은 늘 바빠요. 그래서 번역 원고가 늦게 들어오면 뒤의 과정도 도미노처럼 줄줄이 밀리게 됩니다. 저는 만으로 18년 정도 일하면서 마감을 어긴 적이 두 번이었는데 모두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고 미리 연락해서 원만히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둘째, 손이 많이 안 가는 번역 원고를 만드는 것입니다. 편집자가 토씨 정도 고치는 건 괜찮아요. 하지만 어떤 문장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몰라서 한참 고민해야 한다면, 혹은 리라이팅 수준으로 고쳐 써야 한다면? 그런 문장이 어쩌다 한 번씩 나오는 게 아니라 줄줄이 이어진다면? 편집자로서는 차라리 내가 번역하는 게 낫겠다는 소리가 나오겠죠? 만약에 내가 보낸 원고가 편집자의 손을 거치면서 완전히 뜯어고친 부분이 많다고 한다면 한번 고민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번역문을 소리 내어 읽으면 자연스럽지 않은 문장을 더 쉽게 잡아낼 수 있습니다.


셋째, 괜한 고집을 부리지 않는 것입니다. 번역가가 원문을 가장 잘 아는 건 맞아요. 하지만 그게 번역문이 무조건 옳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번역문의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식으로 고집을 피우면 안 됩니다. 편집자의 수정문이 오역이라면 다른 문제겠지만 그냥 내 원고는 토씨 하나 수정하면 안 된다는 식이면 곤란합니다. 편집자가 문장을 수정하는 건 더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서니까요. 이걸 자존심 싸움으로 몰고 가면 서로 고생이에요.


다른 말로 하자면 번역가에게는 서비스 정신과 동반자 정신이 있어야 해요. 의뢰인(편집자)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하고, 편집자와 내가 똑같이 좋은 책을 만든다는 목표로 협업하는 사이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읽고 나니 되게 뻔한 내용이죠? 예, 맞아요. 하지만 이 당연한 것만 잘 지켜도 번역가로서 생존률이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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