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워놓은 계획을 따르기가 어렵다면 (중략) 나쁜 습관을 하기 어렵게 만들어보라. (중략) 대량 포장 대신 개별 포장된 음식을 구매함으로써 과식을 막을 수 있다. (중략) 대회를 위해 체중을 조절해야 했던 운동 선수들이 체중 측정 전 일주일 동안 지갑을 집에 두고 다님으로써 패스트푸드를 사 먹고 싶은 유혹을 뿌리쳤다는 이야기도 있다.
—제임스 클리어, ⟪아주 작은 습관의 힘⟫
번역 일을 시작하고 1년 좀 넘었을 때였을 거예요. 한동안 게임을 끊고 살았는데 너무 게임이 하고 싶었던가 봐요. 덜컥 게임기를 샀어요. 당시 최신 기종이었던 엑스박스360.
그때 원룸에 살면서 집에서 일했는데 게임기 살 때는 저녁에 일 다 끝내고만 하겠다고 다짐했어요. 처음 며칠은 잘 지켜졌죠. 제 절제력이 스스로도 대견했습니다.
그런데 원래 나쁜 습관은 작은 틈 하나만 생겨도 불쑥 비집고 들어와서 일상을 점거하잖아요. 점심 먹고 소화시킬 겸 딱 10분만 할까, 하고 게임기를 켠 게 화근이었어요.
처음에는 점심 먹고 10분이었던 게 다음날은 점심 먹고 1시간이 되고 그다음 날은 오전 작업 끝내고 3시간이 되더니 급기야는 아침부터 하루 종일이 되더군요. 게임에 미친 거죠.
그렇게 한 달 정도 일보다 게임을 더 많이 하며 살았더니 불현듯 이러다 인생 망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하는 도중에 게임을 하면 안 되는 거였어요.
근데 모니터가 한 대니까 작업하는 컴퓨터와 게임기가 같이 물려 있지 않았겠어요? 일하는 내내 게임기의 존재가 의식될 수밖에 없었죠. 자꾸만 전원 버튼으로 손이 가려하고요.
그래서 어떻게 했을까요? 간단해요. 과감히 게임기를 팔았습니다. 팔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미련이 남지 않도록 바로 그날 처분해버렸어요.
원래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하지요? 직거래를 마치고 돌아와서 조금 전까지 게임기가 머물렀던 자리를 보자니 어찌나 섭섭했던지요.
그래도 그때 그 과감한 결단 덕분에 번역가 인생 일찍 종 치지 않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 이후로 게임을 완전히 끊었냐고요? 아니요. 지금도 집에서 일하는데 플스4, 닌텐도 스위치, 고사양 PC까지 다 갖추고 있어요. 근데 이제는 프리랜서 생활에 단련이 됐는지 일할 때는 게임기에 전혀 손이 안 가요. 더욱이 요즘은 애 보느라 일 마치고도 게임할 시간이 없고요. 주말에 장모님 오시면 그때나 조금 할까.
뭐,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는 얘기였습니다.
글 쓰는 시간이 자꾸 늦어지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눈팅 좀 그만하고 일찍 일찍 쓰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