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본색

by 김콤마

오늘의 말씀

아빠와의 서먹함은 있었지만, 난 절대 아빠를 싫어하거나 미워하지는 않았다. (중략) 그 해 가을 아빠는 우리 곁을 영영 떠났다. (중략) 내가 그렇게 바라던 아빠와의 행복한 시간을 다시는 보내지 못했다.
—fairystar님의 브런치, <아빠와 딸>



묵상

​제 아버지는 제가 열여덟이던 해에 공장에서 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학교에서 저녁을 먹고 선배들에게 기합을 받고 있는데 교무실로 급히 오라고 해서 갔더니 이모가 와 계셨습니다. 아버지가 병원에 계시다고, 위독하다고 하셨습니다. 이모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는 내내 제발 아빠를 살려 달라고 제 인생에서 그렇게 간절했을 때가 없었을 만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차에서 내렸을 때 제 귓가에 들리던 이모부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버지 영안실에 계신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스무 살의 더운 여름날, 저는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온 <영웅본색>을 작은 하숙방에서 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80년대 생이니까 <영웅본색> 세대는 아닙니다. 그날따라 고전 영화가 보고 싶었던가 봅니다.


영화를 보다가 문득 아버지 생각이 났습니다. 생전에 홍콩 영화를 좋아하셨거든요. 10대 시절의 저는 성룡 영화를 빼면 홍콩 영화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20대가 되어 홍콩 영화를 보고 있자니 아버지가 떠오른 겁니다. 아버지가 살아계셨으면 같이 보고 있었을 텐데…….


사춘기 남자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저도 10대 시절에 아버지와 친한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불화한 건 아니었지만 왠지 서먹했어요. 하지만 종종 영화는 같이 봤죠.


그리고 <영웅본색>이 사나이들의 우정을 그린 영화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동생과 함께 제게 가장 가까운 남자였던 아버지가 떠올랐던 것도 같습니다.


아버지가 안 계신 게 얼마나 섭섭했던지요.


이후로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와 비슷한 점을 발견할 때마다, 생전의 아버지와 관심사가 같은 것을 발견할 때마다 문득문득 아버지가 그리웠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억돌이가 예쁜 짓을 할 때마다 아버지가 얘를 보셨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들만 둘 낳고 딸 하나 못 낳은 게 평생의 한이었던 아버지가 제 아내를 얼마나 예뻐하셨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어젯밤에 헬스장에 가는 길에도 그런 생각을 했더랬지요. 그런데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아빠는 하늘에서 맨날 보고 있을 거잖아? 아쉬운 건 아빠를 못 보는 우리지.


네, 아버지는 하늘에서 흐뭇하게 보고 계시겠죠. 그리고 아들이 제 아들에게 버럭 짜증을 내는 걸 보면 아마 뜨끔하실 겁니다. 나중에, 저는 백 살 넘어까지 살 예정이니까 최소 60년은 지나서, 아버지를 만나면 너는 왜 짜증 잘 내는 것까지 날 닮았냐고 짜증을 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웅본색> 1, 2편은 우주 명작이니까 아직 안 보신 사나이들은 꼭 보세요.



기도

아빠, 우리가 혹시 둘째 낳으면 꼭 딸이게 거기서 힘 좀 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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