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글 쓰는 직군에서는 번역가가 안정적이지요

by 김콤마

오늘의 말씀

대가가 소정의 원고료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노동에 대한 보수도 알지 못한 채 일해야 했던 겁니다.

—라디오 캠페인에 나온 이슬아 작가의 말인데 원본을 입수할 수가 없어 기억나는 대로 썼습니다.



묵상

요즘 일주일에 한 번씩 미술 학원에 가서 아크릴화를 배웁니다. 제가 그림에 소질이 없다는 것을 고등학교 졸업 후 다시금 뼈저리게 느끼는 시간입니다.


아무래도 다들 집중해서 그리다 보니까 적막할 때가 많아서 항상 라디오가 켜져 있는데요, 광고 시간에 이슬아 작가가 목소리로 출연한 캠페인이 나왔습니다. 반가웠어요. 비록 읽다 말았지만 최근에 ⟪일간 이슬아⟫를 사서 봤거든요.


보면서 와, 매일 이 정도 퀄리티의 글을 뽑아내다니, 라고 감탄했습니다. 전 매일 퀄리티는 생각 안 하고 뭐라도 쓰는 걸로 만족하는데 말이죠.


여하튼 그 캠페인에서 이슬아 작가가 하는 말이 예전에 어디 원고를 내려 하는데 보수가 소정의 원고료라고만 되어 있더라, 그렇게 글 쓰는 사람들은 자기 노동의 대가를 모른 채로 일해야 할 때 많다, 잘못된 구조를 바꾸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글 쓰는 건 사실 전업으로 못 할 짓이에요. 대박이 터지는 소수를 빼면 글만 써서는 먹고살기 힘들거든요.


글 쓰는 직업 중에서 그나마 벌이가 나은 건 번역가입니다. 번역 원고를 기준으로 장당 얼마 해서 작업량에 따라 보수를 받고 작업 기간이 두세 달로 비교적 일정해서 일만 계속 들어온다면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습니다.


반면에 작가들은 인세로 계약하니까 책이 조금 팔리면 수중에 들어오는 돈도 조금인데, 요즘 어디 책이 많이 팔리나요. 그리고 창작이란 게 원래 걸리는 시간을 가늠하기 어려운 거라서 책 한 권 쓰는 데 석 달도 걸릴 수 있고 다섯 달도 걸릴 수 있고 대중이 없잖아요. 일정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기가 어렵죠.


그래서 번역이 최고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벌이가 글 쓰는 직업군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대신에 잘 늘어나질 않아요. 전 10년 동안 번역료가 15퍼센트 정도 올랐습니다. 우리나라 평균 임금 상승률이 연 6.1퍼센트라는데 전 10년 합쳐서 15퍼센트예요.


작가는 글이 대박 나면 큰돈 만질 수 있죠. 이후 작품들도 좋은 조건에 계약할 수 있고요. 다만 대박, 아니, 중박이라도 치기가 지극히 어렵다는 문제는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작가가 다른 예술가들과 마찬가지로 전업으로는 살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정리하자면 번역은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 창작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글로 먹고사는 건 정말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면 못 할 짓입니다.



기도

전에 사주 봐주는 아줌마가 한 우물만 파라고 해서 바람피우지 말라고요, 라고 물었더니 아니, 한눈팔지 말고 계속 글 쓰는 일 하라고, 라던데요, 언제쯤이면 글로 부자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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