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냄새가 너무 지독해서 일찍 나왔어.
—나
요즘 월요일 오후는 카페에서 보냅니다. 연재 글을 써야 하는데 집에서는 억돌이가 울고 보채는 소리가 들리면 집중이 잘 안 돼서요.
번역은 벌써 10년이 넘게 매일 수 시간씩 한 일이라 그런지 억돌이가 난동만 부리지 않는다면 집에서 할 만한데 글을 쓰는 건 영 어렵네요. 아무래도 원문이라는 콘텐츠가 있는 번역과 달리 창작은 내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작업이다 보니 더 많은 집중력이 요구돼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카페에 오래 있으면 커피 냄새에 코가 막힐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그런 거 못 느끼고 오히려 커피 냄새에 취한달까요, 카페에 있는 게 향 때문이라도 좋았는데, 이제는 커피 냄새가 꼭 담배 냄새 같아요.
갑자기 후각이 예민해진 건지 나이가 들면서 뭐가 달라진 건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연재 글을 매주 1편씩 17주는 더 써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카페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없다면 어디 가서 써야 할지 난감하네요. 아빠 글 쓴다고 억돌이랑 아내를 밖으로 내쫓을 수도 없고 말이죠.
예전에 큰 집에 살면 방 한 칸을 카페처럼 꾸미고 싶다고 아내와 얘기한 적 있어요. 벽지를 떼고 좀 어두운 페인트를 칠하고, 조명은 레일등 같은 걸 달고, 커다란 원목 탁자에 모던한 느낌의 의자 몇 개 두고, 한쪽 구석에는 커피 머신 같은 걸 두는 거예요.
그래서 집 안에 있지만 일상적인 생활공간과 전혀 다른 분위기라 마치 집 밖에 나온 것 같은 공간을 만드는 거죠. 거기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요.
주택을 짓는다면 설계 단계에서부터 그런 방을 만들 거예요. 하지만 주택 살이는 아직 필요한 돈이 모이려면 한참 남았기 때문에 당분간은 어려울 것 같고, 만약에 아파트를 방이 많은 곳으로 가면 그런 공간 하나 만들 수 있을까요? 인테리어 비용이 많이 들지 않고 아파트 사고 돈이 많이 남았다면 한번 해보고 싶네요.
방금 아내한테 다음 집에 그런 방 만들 수 있으면 만드는 거 어떠냐니까 좋대요.
이제부터 이런저런 자료 찾아보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디자인하면 좋을지 생각해봐야겠어요. 정말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진 모르지만 안 되면 말죠 뭐. 인생이 걸린 문제도 아닌데.
아직도 코에서 커피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숙면을 취하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