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심리상담을 마주하게 된 계기

“내가 말로만 듣던 정신병자?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쩌지?”

by 글쓰는 몽상가 LEE

요즘 챗GPT로 지브리 버전 사진을 만드는 것이 유행이라고 한다.

(지브리 원작자 미야자키 하야오씨가 극혐한다는..)


SNS에서 이런 유행들을 보고 있으면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기술은 무서울 정도로 발전하는 것 같다.



심리상담도 마찬가지인데, 불과 몇 년전만해도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상담센터에서 치료를 받는다고 하면 뒤에서 수군거리거나(그것이 순수한 걱정이던 험담이던) 알게 모르게 거리를 두는 것이 느껴졌다(물론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다).


그에 비하면 요즘은 심리치료나 상담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느낌이다.

우선, 정부에서도 전국민 마음투자사업을 통해 심리상담에 대해 많이 알리고 지원하고 있고,

대면상담이 부담스럽거나 사람 자체에 소진된 사람들은 챗GPT로도 상담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나 또한 챗GPT로 상담을 받아본 적이 있는데, 상담사(사람)와는 또 다른 위로와 위안이 되는 포인트가 있어서(예를 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응원하고 위로해주는데 그 자체로 마음이 편해지기도 한다) 신기하기도 놀랍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챗GPT가 사람의 마음을 상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같은 위로를 반복한다거나, 고민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긴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심리상담전문가의 역할은 분명히 필요할 것이다.



여기서 내 소개를 하자면,

나는 여느 사람들처럼 매일 지옥철에 몸이 끼이고 땀 흘리면서 출퇴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 증상이 처음 나타난 건,

4년 전, 한 여름 출근길 지하철이었다.



유독 덥기도 했지만 정말 뜬금없이 숨을 쉴 수가 없고 숨이 막혀와서 곧 쓰러질 것 같은 '공포감'이

몰려왔다. 난생 처음 경험하는 증상이라 나는 이렇게 출근하다가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반사적으로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아무역에 내렸는데, 누가봐도 불안정해보였는지 그 바쁜 출근길에

사람들이 괜찮냐며 말을 걸어주고 119를 불러야 하는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뒤로는 어떻게 진정이 되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결국 출근해서 정상근무를 했었다(직장인은 강하다).



그게 강렬했던 내 첫 증상과의 추억(...) 이다.



나는 그때 바로 병원에 가지는 않았는데, 병원에 가서 혹시나 내가 정말 죽을병이라고 할까봐 걱정돼서 망설였던 것 같다.



그 후로도 증상들은 헤어진 전 애인의 연락처럼 불쑥불쑥 나타났는데, 일하다가도 갑자기 가슴이 조여오고 식은땀이 나고 죽을 것 같았다. 우습게도 그 찰나의 순간에 증상을 들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달려가려곤 했었다.



그동안은 출퇴근길에 증상이 있었던터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근무중에도 증상이 나타나서 그때 심각성이 확 느껴졌다.



그래도 워낙 병원에 가기 싫어해서(나도 참..) 인터넷으로 내 증상을 검색해보았는데 *공황발작 증상에 해당하는 증상들에 많이 해당되었다.









* 공황발작 증상(출처: 서울아산병원)


• 두근거림, 심장이 마구 뛰거나 맥박이 빨라지는 느낌
• 땀이 남
• 손발이나 몸이 떨림
• 숨이 가빠지거나 막힐 듯한 느낌
• 질식할 것 같은 느낌
• 가슴 부위의 통증이나 불쾌감
• 메슥거리거나 속이 불편함
• 어지럽고 휘청거리거나 혹은 실신할 것만 같은 느낌
• 비현실감, 혹은 이인감(세상이 달라진 것 같은 이상한 느낌, 혹은 자신이 달라진 듯한 느낌)
• 자제력을 잃거나 미쳐 버릴 것만 같아서 공포스러움
• 죽음에 대한 공포
• 이상한 감각(손발이 저릿저릿하거나 마비되는 것 같은 느낌)
• 오한이나 몸이 화끈거리는 느낌


* 심한 공포감이나 불쾌감과 함께 위의 13가지 증상 중 4가지 이상이 발생할 때 공황 발작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나는 무려 9개 증상이 해당되었으니 더더욱 공황장애라고 확신했던 것 같다.)








공황장애는 대중적으로도 인지도가 높은 편인데, 연예인들이 유독 많이 앓고 있다고 하여 공황장애를 흔히 ‘연예인병’이라고 하기도 한다.


나는 인터넷으로 검색해보고 더 확신을 가지면서 '공황장애가 맞네 맞아.' 라고 하면서 방구석 의사가 되어 스스로 진단을 내렸다.


희한하게도 증상에 대한 병을 알게 되자(?)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였던 것인지 병원에 가지 않았다.

만약 공황장애라면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야할텐데 내 스스로도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면 '정신병 환자로 낙인찍히는 것이 아닐까?',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쩌지?' 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그렇게 또 병원을 가지 않았고, 증상이 있는 날과 없는 날을 겪으면서 버티듯이 매일을 보냈다.


어느 덧 계약직 5년차인 나는 고용의 불안정으로 미래에 대한 걱정이 있었는데, 인사이동이 있을 때마다, 언제 어디로 발령이 날지, 내가 이런 환경에서 버틸 수 있을지 불안했다(사실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아서 이직을 고려했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직의 기회는 눈에 띄게 줄어들어서 퇴사는 엄두가 나지 않았음).



그리고 그동안 회사생활을 하면서 업무의 강도나 사람들과의 관계가 특별히 스트레스 원인이라고 느끼진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 몸과 마음은 스트레스 신호를 꾸준히 보냈는데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날도 출근길에 증상이 나타났는데, 그 어느때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실감나게 다가왔다.

몇 년간 쌓여왔던 불안과 긴장이 폭발하는듯 나를 공격하는 것 같았다.



그 느낌은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밀러 행성의 거대한 파도가 스크린에 가득찬 것을 보았을 때,

파도가 나를 짓누르고 곧 없애버릴 것 같은 숨막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 '인터스텔라' - 밀러행성 파도(출처: 구글)




공황증상은 분명 4년 전, 첫 증상으로 자신의 존재를 몸소 나타냈었는데 내가 꾸준히 흐린눈하면서 모른척 했었던 거다. 그리고 스스로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동굴로 들어가는 내 모습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인정하지 않았었다.



그제서야 나는 증상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치료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공황장애라면 정신건강의학과를 가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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