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험한 심리상담센터
치료를 결심하고 정신건강의학과부터 검색하기 시작했다.
대학병원에 가야 한다는 글부터 동네의원도 좋은 곳이 많다는 글까지 정보는 많았다.
유명 대학병원은 예약자체부터 난관이었고,
스케줄이 된다고 해도 연차를 내고 가야 해서 쉽지 않았다(직장인의 비애).
결국 동네 정신건강의학과에 예약하게 되었는데, 그마저도 예약이 이미 한 달 동안 밀려있어서 당장 진료받기가 어려웠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그전까지 병원 안 가고 버텼으면서 치료를 결심하고 당장 치료를 못 받게 되니까 그 나름대로 또 불안한 마음이 생겨서 업무에 집중을 하기 힘들었다(이건 그냥 일하기 싫어증일지도).
그래서 동네 정신건강의학과에 예약은 해두었고, 방문하기 전에 심리상담을 먼저 받아보기로 결정했다.
마침 직장에서 심리상담을 받아볼 수 있는 복지가 제공되어서 상담센터를 검색했다.
늘 물건을 살 때나 맛집을 고를 때,
별 평점과 후기를 절대적으로 참고하는 의존적인 인간으로서(...) 상담센터 중에 제일 후기가 무난한 곳으로 골랐다.
* 상담센터에 전화를 하면, 바로 상담사 선생님이 예약을 잡아주시는 곳도 있을 거고 센터마다 운영하는 방법은 차이가 있는 거 같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는 데스크 행정선생님(?)이 간단한 접수면접이라고 해서 저의 문제나 상황 등 정보를 간단하게 물어보셨어요. 그리고 따로 선호하는 상담사 선생님의 연령이나 성별 같은 것도 있는지 확인해 주셨습니다. 그다음에 상담사 선생님이 정해지면 문자나 전화로 따로 연락을 주셨어요.
뭐든지 처음이 어렵고 제일 긴장되고 설레는 것처럼, 상담실에 처음 방문할 때 엄청 긴장하고 상담사 선생님을 만나면 해야 할 말도 연습하고 갔었다(소심 그 잡채..).
상담사 선생님은 연륜이 어느 정도 있어 보이셨고, 뭔가 포스가 있는 재야의 고수처럼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글몽이님"
첫인사를 시작으로 상담이라는 것이 시작되었다.
내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나 상황에 대해 전달 들으셨다고 하시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나의 신체적 증상이 공황장애인 것 같고 치료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도 예약한 상태임을 말했고, 상담사 선생님도 그 부분에 대해 스스로 결심하고 실행하는 것 자체에 대한 칭찬과 인정을 해주셨다.
지금은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있지 않고, 정신건강의학과에서만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상담 초반에 느낀 감정은 상담사 분들도 역시나 직업인지라 피곤하고 고단하겠구나. 내가 그 피로감에 한 몫하게 되는 거 아닌가? 였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상담사 선생님이 내 이야기에 집중을 안 한다거나 공감을 못 받는다고 느낀 것은 아니지만 짜인 틀에 나를 맞춰가려고 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임).
나의 공황발작 증상은 깊은 내면에 해결되지 못한 심리적 문제가 '신체화'가 되어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고 해서 과거의 어린 시절부터 회상하는 것을 자주 했다.
그 부분이 나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나는 정말 평범하게 큰 사건 사고 없는 일상을 지내왔는데, 분명 과거에 어떠한 경험이 원인이 되어 지금의 신체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하니까 없던 경험을 만들어서 이야기해야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상담사 선생님의 눈치를 보게 되었고, 원하는 대답을 해드려야 하나 싶은 불편하고 무언가 꽉 막힌듯한 마음이 들었다. 선생님은 그런 걸 의도한 게 전혀 아닐 텐데 말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예약 때까지 그렇게 어영부영 표면적인 상담이 오가다가 종결 회기를 앞두고 상담사 선생님이 상담에 대한 이야기나 소감에 대해 물어보셨다.
본래 내 성격에 좋은 게 좋은 거고 아름답게 마무리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솔직한 내 느낌을 말 안 했을 텐데, 그때는 상담이 곧 종결되기도 하고 말을 안 하면 아쉽고 후회될 것 같아서 내가 느꼈던 부담과 미묘하게 불편했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상담사 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들으시면서 놀라셨고, 그동안 마음 무겁게 상담을 왔던 거였냐며 그럼에도 상담에 빠지지 않고 와줘서 고맙고 마음을 알아채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셨다.
상담사 선생님의 말을 들으니 마음이 좀 가벼워져서 농담처럼 말을 던졌다.
"선생님, 그리고 저는 상담을 받으면 뭔가 드라마틱하게 확! 변하는 비법 같은 게 있을 줄 알았어요(웃음)"
어찌 보면 상담사 선생님이 들었을 때, 예민하고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발언이 아닌가 싶었는데(마치 당신의 상담은 효과가 없어!라고 오해할까 봐 말하면서 아차! 싶었다. 나는 그럴 의도가 전혀 아니지만 말이다)
상담사 선생님은 의연하게 대답해 주셨다.
"저도 오랫동안 상담을 계속하고 있고, 많은 내담자분들을 만나지만 사람의 심리라는 게 참 어려워요(웃음) 그래서 늘 공부해야 하고요. 저도 글몽이님 말씀처럼 힘들어하는 내담자분들께 한 번에 치유되는 기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해요. 그렇지만 우리가 책을 쓴다고 생각하면 한 번에 작품이 바로 나오지 않고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수정하고 보완하고 그렇게 시간이 쌓여 책이 완성되는 것처럼 글몽이님의 마음도 한 걸음 한걸음 서서히 변화하고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치유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이미 상담센터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를 받겠다고 스스로 결심하고 실행한 것 자체가 글몽이님이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나는 종결회기를 앞두고서야 상담사 선생님과 진심을 담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불편하고 꽉 막힌듯한 마음의 매듭이 조금은 느슨해진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