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 무게 좀 재봐야겠다. "
여자 친구 방구석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샤오미 체중계에 몸을 올렸을 때 나는 놀라움을 감추기 어려웠다. 체중 게에 내 몸무게가 74kg 정도로 찍혀 조금 놀랐던 것이 불과 몇 주전으로 기억되는데 이미 그 수치는 75가 넘은 상태였다. 75kg. 정말 오랜만에 보는 몸무게였다. 기억을 더듬어 봤을 때 이 정도 수치를 넘나드는 몸무게는 재수생활을 끝냈을 때 즈음을 제외하면 없는 것 같았다. 그 마저도 정확 치는 않은데 당시 친구 집에 있는 체중계에 나도 모르게 올라갔었는데 계기판(?)에 나타난 수치는 76kg이었다. 정확치 않다는 것은 76kg이 맞는지 아닌지 가물거린다는 의미다. 당시에 위아래 옷을 다 입고 심지어 두터운 잠바도 입고 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정확치 않다는 말이다. 그렇게 따지면 75kg은 어쩌면 내 생에 최고 몸무게 일지도 모른다. NEW RECORD.
'조민곤 선수, 12년 만의 개인 기록 경신입니다. 무려 6개월 만에 5kg 증량인데요, 최근 들어 살 찌우기에 있어서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살 찌우기가 스포츠라면 중계방송의 캐스터는 아마 내 체중변화를 이렇게 중계하지 않을까. 체중계에 내려오니 여자 친구가 내게 물었다.
" 몇 키로 나가? "
" 어, 조금 장난 아닌데... "
" 왜? 저번보다 많이 나가? 74? "
" 아니, 지금 최고야 "
" 75? 76? "
"... "
" 설마 77? "
" 아니야! 그 정도는 아니야 "
몸무게를 묻는 여자 친구를 뒤로 하고 체중계 앞에 다시 섰다. 자연스럽게 바지를 벗고 체중계에 올랐다. 그럴 거면 윗도리도 같이 벗을 것이지. 앞뒤가 안 맞는 논리지만 그렇게라도 최대한 정확하게 내 몸무게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무슨 프로복서 시합 체중 맞추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내 몸무게를 다시 한번 재보았을 때의 체중계의 수치는 정확히 74.8kg를 나타내고 있었다.
" 몇 키로인데? "
" 75kg "
" 저번이랑 비슷한 거 아니야? "
" 아니 저번에는 74kg이었는데 더 쪘나 봐, 살 좀 빼야겠다."
벽에 걸려있는 거울을 통해 보이는 내 옆태는 펑퍼짐한 반팔 티셔츠 속에 숨어있어 보이지 않았지만 아래로 갈수록 두툼해지는 삼각형을 그리고 있었다. 물론 얼굴 쪽이 꼭짓점이었다. 스머프의 동그란 배가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최근 몇 개월 동안 살이 찌고 있던 것은 알고 있었지만 75kg까지 육박할 것이라고는 상상을 못 했다. 근래에 무릎이 종종 아팠던 게 불어나는 체중이 때문이었을까. 하긴 인간이 활용하는 뭔가를 담을 수 있는 물리적인 형태의 것에는 그 제한치가 다 있다. 건물에는 용적률이 있고 상용차에는 적재량 제한이 있다. 이름부터 1톤 트럭 5톤 트럭 이렇게 부르지 않나. 그 이상을 담으면 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얼마 전 홍천에 결혼식을 가다가 도로에서 본 위태로운 트럭 한 대가 생각난다. 적재 공간에 뭔가를 잔뜩 싣고 그것도 모자라 그 무언가를 위로 길쭉하게 생긴 물건들을 억지로 쑤셔 넣고 가는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다. 그 트럭의 바퀴나 지금 내 무릎이나 같은 처지인 거겠지. 생각해보면 내 뼈마디들은 이 만큼의 몸무게를 거의 생전 처음 지탱해보고 있는 것이다.
'보스, 체중이 한계 수용량을 초과했습니다. 5프로를 넘어가면 관절과 골반이 훼손되기 시작합니다.'
'자비스, 걱정하지 마 우리 집안에는 살찐 사람이 전혀 없다고'
체중에 대해 관대하게 굴었던 과거의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배에 살가죽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요지부동 몸무게라고 떠들어댔었는데 그것이 환청처럼 들리는 기분. 올여름에는 헬스는 관두고 자전거나 조금 탈 생각이었는데 이래서는 안 되겠다. 헬스를 끊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