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과 목요일 양일간 지방출장을 다녀왔습니다. 필자는 전국에 20여개의 지부가 있는 비영리법인에서 근무하고 있어 봄 여름 기간에 종종 각 지부의 사업 점검 차 지방 출장을 다녀오고는 합니다. 지부 방문의 목적이 사업 점검이라고는 해도 아직 경력도 짧은 데다 조직 안에서 기획/홍보 직무를 맡고 있어 필자가 주로 하는 일은 회의 및 대화 내용을 정리하거나 때때로 그 내용을 콘텐츠화 하여 뉴스레터 등에 실릴 원고를 작성하는 일입니다. 이번 지부 방문에서는 전라권에 있는 두 개 지부를 방문하고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이틀 차에 방문했던 모 지부 사무실에서의 대화가 조금은 인상깊게 남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함께 지부를 방문한 재무팀에서 해당 지부의 겨울 사업 재무/회계 내역을 점검하는 동안 지부장님과 사무총장님(필자가 속해 있는 법인 사무국의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이런 저런 대화가 오갔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대화 내용은 비영리 법인에서 근무하는 실무자들의 태도와 관련한 것이었는데 그 초점은, 변화하고 있거나 혹은 이미 그 속성이 많이 변했다고 할 수 있는 사회복지 및 봉사, 공익법인의 사업 환경 속에서 간사들은 어떤 태도를 가지고 '일'에 임해야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이야기의 화두가 된 것은 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간 지부장님의 발언으로 과거 순수한 봉사정신으로 이루어졌던 사회복지적 사업이나 활동의 영역이 시대가 변함에 따라 제도화 되면서 오히려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그런 대화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오고가는 와중, 사무총장님의 한 발언은 평범한 급여노동자 혹은 비영리법인의 실무자로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영역에서 일을해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결국은 프로 정신이 가장 중요하다.
결국은 프로정신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무총장님의 발언의 요지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마땅한 급여도 없었고, 지부장님의 말씀대로 순수한 봉사정신으로 공익 사업이나 활동이 유지되던 과거에는 소위 '낭만주의'로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나쁘게 말하자면 '좋은 게 좋은 것이다.'라는 태도 속에 결실을 이룰 수 있다면 과정이야 어떻든 크게 상관없지 않느냐 하는 시대정신이 있었다는 것이죠. 하지만 공익사업의 영역이 점차적으로 제도화 되어 가면서 결실만큼이나 그 과정의 타당함도 중요해지는 변화의 흐름을 맞이하였고 이제는 더 이상 과거의 '낭만주의' 정신으로는 시대의 요구에 부흥할 수 없게 됐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결국 많든 적든 급여를 받는 노동자라면 그에 상응하는 프로 정신이 있어야 한다는 시사점이었고 정반대로 좋은 일이라는 미명 아래 열정페이 등으로 사람을 사용하는 것 또한 구시대적 시선이며 현시대의 죄악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필자는 동행한 후배 간사에게 언뜻 떠오르는 생각을 이야기했습니다.
기본기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애.
'프로=기본기'라는 등식이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2.본론
그런 계기로 프로 정신은 무엇일까를 한 번 생각해보았습니다. 필자는 자평이지만 비유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남들보다 조금 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유적으로 상황을 해석하거나 이해하는 때가 많습니다. 비유는 더 복잡한 현상을 더 쉬운 현상으로 대체하거나 아니면 접해보지 못한 상황을 경험했던 상황으로 치환하여 더 쉽게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를테면 '프로야구'는 '인생'이나 '일' 등을 영위함에 있어서 어떤 태도로 그것들에 임해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종종 주고는 합니다. 훌륭한 선수들의 인터뷰나 명언 등은 굳이 야구를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우리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는 합니다.
알바던 직원이던 돈을 받고 일하면 프로다.
위 문장은 필자가 대학말년 시절 알바생으로 일했던 모 기업체의 대표로 부터 들었던 말입니다. 돈을 받고 일하면 프로다. 명쾌하면서도 참 정확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했던 '프로야구' 영역은 돈을 받고 일하며 실력 만큼 연봉이 책정되는 대표적인 프로 직업인들의 일터입니다. 굳이 설명을 붙이지 않더라도 이름에 벌써 '프로'라는 단어가 들어있으니 한 번에 알 수가 있습니다. 반대로 고등학교나 대학교 영역에서 선수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같은 선수라 할지라도 급여를 발생시키지 않아 보통 '아마추어 선수'라고 지칭합니다. 사회인야구에서 뛰는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마추어입니다. '프로 = 돈' 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야구선수들의 일상으로부터 프로정신은 무엇인가를 답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야구 산업이 유지될 수 있는 근간에는 '팬'이 있습니다. 공을 주고 받는 운동이 돈이 오가는 하나의 산업으로 유지될 수 있는 근간에는 '팬'이 있습니다. 팬들은 직접적으로 돈을 주고 경기를 관람하기도 하고 구단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 팬들의 관심이 더 많아지기에 구단을 운영하는 기업은 기업 및 브랜드 이미지 재고 및 홍보 등에 도움이 됩니다. 하나의 구단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이 집중되는 거대한 플랫폼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단들이 팀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팬들의 의견은 절대적인 힘을 발휘합니다. 팬이 소멸된 구단은 존재가치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속된 말로 가끔 야구를 두고 '그깟 공놀이'라는 말을 하고는 하는데 결국 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스포츠란 '너랑 나랑 재밌자고 노는 공놀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 겁니다. 그만큼 팬이란 프로스포츠 산업의 본질이자 근간입니다.
바꿔 말하면 어떻게 될까요. 팬이 없는 혹은 팬이 외면하는 프로구단이란 프로로서의 자격을 상실하는 것을 의미 할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돈 받을 가치가 없다는 것이겠지요. 팬들사이에서 항상 오가는 이야기는 연봉이 아깝다느니 누구는 연봉을 3배는 더 줘야한다느니 하는 등의 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건 마치 나라가 세금을 낭비한다느니 엉뚱한 데 쓴다느니 한다는 이야기와 본질적으로 같은 속성의 이야기들입니다. 납세자인 국민이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 논할 수 있는 것처럼 구단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경기도 보러가고 하는 팬들이 선수들의 연봉이 어쩌구 이야기하는 것은 그것이 용납불가한 비난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는 수용될 수 있는 권리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페인의 축구팀 '바르셀로나'와 같이 시민들이 팬임을 넘어서 그 구단의 주주인 경우에는 그 발언권의 당위성이 좀 더 뿌리깊을 것입니다.
그렇게 산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팬들이 팀이나 선수를 맹렬히 비난하는 순간 언제일까요. 공교롭게도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사례가 근래에 꽤나 연속적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사례 모두가 제가 팬인 'LG트윈스' 구단의 경기에서 나왔습니다. 다행히 그 비난의 대상이 모두 LG트윈스는 아니었습니다. LG트윈스는 한 차례에 해당됐고 나머지 한 차례는 상대팀이었던 '롯데자이언츠'를 향한 비난이었습니다. 그리고 팬들이 참지 못하고 맹렬한 비난을 했었던 이유는 바로 '기본기'가 결여된 경기를 선수들이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롯데자이언츠'가 최근 팬들의 비난을 산 이유는 지난 6월 13일 사상초유의 '낫아웃 끝내기'라는 상황을 만들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낫아웃이란 타자가 헛스윙 삼진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공을 포수가 잡지 못하고 빠트려 타자에게 1루로 뛸 기회가 주어지는 상황을 말하는데 포수 혹은 투수의 실책성 플레이로 타자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빠진 공이 웬만큼 멀리 도망가지 않는 이상 타자는 대게 1루에 도착하기 전에 아웃을 당합니다. 근처에 떨어진 공을 포수가 다시 잡아서 타자가 도착하기 전에만 1루로 송구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공은 사람보다 빠르죠. 물론 공이 너무 멀리 튀면 이야기가 달라지기는 합니다. 포수가 공을 채 다시 줍기도 전에 타자가 1루에 도착하면 투수가 삼진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타자는 출루에 성공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상황이 해당 경기에서 9회말 투아웃 이후, 그러니까 아웃 하나만 잡으면 연장으로 승부를 이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3루에 상대팀(LG트윈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롯데자이언츠는 실수에 실수가 겹쳐 타자로부터 삼진아웃을 유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자리에서 경기를 내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야구를 잘 몰라 이해가 안된다면 다음의 JTBC뉴스 영상을 보는 것이 조금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사상 초유 낫아웃 역전 끝내기를 당한 롯데자이언츠
쉽게 말하자면 롯데의 상황은 너무도 당연해야 할 상황이 당연하게 흘러가지가 않았던 상황입니다. 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상황이라고 하니 팬들은 아마 황당함과 분노감을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 시즌에 144경기를 소화하는 '야구'라는 스포츠의 특성상 아무리 1위 팀이라도 지는 날은 허다합니다. 보통 6할 내외의 승률이면 우승권에 근접하니 잘나가는 팀이라도 1년에 58번 정도는 지는 것이지요. 그래서 야구에서는 진다는 사실 보다는 어떻게 지는가가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날의 패배는 프로다운 모습 하에 승부가 갈린 납들할 만한 패배가 아닌, 포구 송구 등 기본기의 결여가 만든 납득할 수 없는 패배였습니다. 운이 없어 플레이가 점수로 이어지지 않았다거나 애초에 이길 수 없는 실력이었거나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행운의 승리'를 얻었던 LG트윈스였지만 이 구단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똑같이 '기본기'의 결여가 만든 어처구니 없는 패배를 당했습니다. '롯데자이언츠'의 사례 처럼 9회말의 극적인 상황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경기 초반에 나타난 어이없는 플레이로 인해 뚜껑을 열자마자 김이 다 세어버린 형국을 보여주었습니다. 자세한 상황 설명은 아래 동영상으로 대체하겠습니다.
투수의 본질은 타자가 공을 치게 만든는 것이다.
LG의 상황은 투수가 기본적으로 해주어야 될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 모습이었습니다. 투수는 타자와 승부를 하는 선수입니다. 스트라이크를 세번 잡아 타자를 삼진 아웃시키거나 아니면 타자가 공을 치게 만들기는 하되 정확히 맞추지는 못하게 하여 높이 뜬공을 만들어 야수들이 잡게 하거나 땅볼을 만들어 루상에서 죽게 만드는 역할입니다. '타자가 원하는 대로 공을 치지 못하게 던진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역할이지요. 그런 명제를 따지면 타자를 삼진 아웃시키는 것이 가장 좋아보입니다. 일단 던진 공이 배트에 맞으면 안타가 될 확률이 발생하기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삼진을 잘 잡는 투수는 기본적으로 좋은 투수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삼진은 타자를 아웃시키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기도 합니다. 강력한 구위나 절묘한 제구 등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투구를 해야 얻을 수 있는 보너스 같은 것이지요. 통계적으로도 타자가 아웃되는 방법은 땅볼이나 뜬공이 더 많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특급 투수들이 한 시즌에 200개가 넘는 삼진을 잡고는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수치는 다른 방법으로 아웃을 잡는 숫자보다 훨씬 적은 수치입니다. 그런 특급투수들은 주로 한 시즌에 200이닝을 조금 넘게 던지게 되는데 200이닝은 아웃카운트로 치면 총 600개의 아웃카운트이고 그 중의 200개가 삼진이라면 나머지 400개는 어찌됐던 타자가 공을 맞춘 이후에 잡아낸 아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즉 투수라는 역할의 본질은 타자가 공을 치게 만드는 데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팀의 두 투수가 한 회동안 8개의 사사구(6볼넷 2몸에 맞는 공)를 내주며 심지어는 안타를 하나도 내주지 않고 5실점을 한 것은 참으로 어이없는 플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상대팀이 안타를 하나도 치지 않았다는 것은 딱히 잘한 일은 없다는 이야기인데 실점을 5점이나 했으니 말입니다. 앞서 말한대로 투수의 역할의 본질은 타자가 잘치던 못치던 던징 공을 치게 만드는 데 있는데 그 기본을 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엉뚱한 곳으로 공을 던져 '승부'가 애초에 일어날 수 없게 만드니 선수들의 기본기를 논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건 마치 '돌뿌리에 걸릴 지라도 집밖에 나와야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격언과도 동일한 이치에 속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팀을 둘러싼 이 어이없는 상황들은 프로선수의 기본기의 결여 되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본기가 결여된 상황은 모두 '수비'에서의 상황이었습니다. 즉 스포츠의 기본은 수비라는 말입니다. 투수가 투구를 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파고 들면 '수비'라는 속성과 조금 결이 다르기는 하지만 어찌 됐든 한 팀의 수비 차례에 이루어지는 플레이니 큰 틀에서 수비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롯데자이언츠와 LG트윈스가 팬들의 질타를 받은 것은 결국 '수비'라는 프로선수의 '기본'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공격이 좋은 팀은 인기를 얻고, 수비가 좋은 팀은 우승컵을 얻는다.
종합해보면 프로는 기본기고 기본기는 수비입니다. 우리는 학창시절 체육시간에 어떤 종목을 학습할 때 수비를 먼저 배우고는 합니다. 또한 스포츠계에는 그런 격언도 있습니다. '공격이 좋은 팀은 인기를 얻고, 수비가 좋은 팀은 우승컵을 얻는다.'라는 말입니다. 스포츠에서 수비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경기가 이루어지게 만드는 아주 기본적인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축구에서 한팀이 하염없이 골을 먹으면 그 팀도 상대팀도 전의를 상실합니다. 그것은 이미 스포츠의 영역을 벗어나 마치 한 쪽이 한 쪽을 괴롭히는 '린치'의 영역으로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은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조차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야구라는 종목은 더욱 그렇습니다. 시간이 흘러가면 끝나는 축구와 달리 야구라는 스포츠는 '아웃'이라는 수비 행위를 27번 채우지 못하면 경기가 아예 끝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경기'라는 것이 성립이 되지 않으면 그것을 '관람'하는 행동의 의미도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조금은 벗어난 이야기지만 복싱을 소재로한 일본 유명 에니메이션 '더 파이팅'에서는 일본 미들급의 거물 '다카무라 마모루'가 천재적인 능력을 소유한 세계 챔피언 '호크'를 상대로 타이틀 매치를 벌일 때 어려운 상황을 '잽'이라는 기본기로 돌파해내는 장면이 나옵니다. '잽'이라는 기술은 복싱에서 아주 기초적인 타격 기술로 상대와 나의 거리를 재거나 상대가 쉽게 품으로 파고들지 못하게 하는 수비적인 기능을 하는 기술입니다. 이 에피소드는 그만큼 프로선수에게 기본기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에피소드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프로선수가 프로선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아주 기초적인 자격은 '기본기'로부터 나온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가금씩 홈런을 쳐줘도 적당한 수비위치가 없는 타자는 오래 살아남지 못하지만 공격력이 좋지 않아도 수비가 갖춰져 있는 선수는 백업선수 일지언정 오래도록 팀에 남습니다.
재능만 믿고 경기하는 호크와 달리 '잽' 이라는 복서로서의 기본 자질을 보여준 다카무라 마모루
3.결론
논지는 다시 필자의 상황으로 돌아옵니다. 결국 '급여'를 받고 일하는 비영리영역의 간사로서 혹은 누군가와 동일한 직업인으로서 나는 프로라고 불릴 수 있는 기본기를 갖추었느냐 하는 문제말입니다. 이왕 야구이야기를 꺼낸 김에 한 가지 이야기를 더 언급해보면 '선발투수'라는 보직의 역할을 말해보고 싶습니다. 최근 경의적인 평균자책점 행보를 보이고 있는 메이저리그 투수 류현진처럼 훌륭한 선발투수는 점수를 잘 내주지 않는 선수입니다. 그런면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고 있는 류현진은 적어도 현재 상황으로서만 말한다면 전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선발투수라고 불릴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하지만 그런 특급성적이 승리를 100프로 보장하지는 못합니다. 계속해서 좋은 경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류현진 선수도 흔히 말하는 아홉수에 걸려 최근 3경기 승리를 따내지 못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그 3경기가 모두 패배로 끝났다는 말은 아닙니다. 류현진이 본인이 할 일을 다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순간 중 팀이 우세한 상황에서 내려온 상황이 3경기 동안 한번 도 없었다는 말입니다. 투수가 아무리 실점을 적게 해도 타선이 점수를 내주지 못하면 모든 것이 공염불이 됩니다. 투수가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팀의 승리를 담보하지는 못하는 것입니다. 물론 점수를 적게 내야 이길 확률이 더 높아지기는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점수를 잘 내주지 않는 것은 좋은 '좋은 선발 투수'의 자격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좋은 선발 투수' 이전에 단순한 '선발 투수'의 자격은 다릅니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그 자격이 '요구되는 최소한의 이닝을 막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요구는 보통 5이닝 좀 더 깐깐하게는 6이닝 일 것입니다. 즉 실점을 적게 하던 많이 하던 선발투수로서 이끌어가기를 기대하는 한 경기의 특정지점까지 어떻게든 경기를 이끌어가는 것을 말한다는 것입니다. 실점을 적게 했음에도 이기는 날이 있고 실점을 많이 했음에도 이기는 날이 있습니다. 점수를 주고 받으며 승패가 결정되는 것은 어쩌면 '운'의 영역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운'이라는 기회를 당겨오기 위해서는 기본이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선발투수는 5이닝, 혹은 6이닝이라는 기본 책무를 다함으로써 그 운을 기회로 얻을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읽고 있는 '일취월장'이라는 유명한 서적에서도 일을 잘해낼 수 있는 여러가지의 요소 중 가장 먼저 '모든 성공에는 운이 따른다'는 명제를 소개합니다. 그 만큼 어떤 것을 성취하는 것은 특정 한 사람의 마음대로 자쥐우지 할 수 없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집중해야하는 것이 기본기입니다. 선발투수에게 5이닝이 중요한 이유는 그래야만 감독과 코칭스탭이 경기를 '구상'하고 '계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타트를 끊어야 하는 선발투수가 경기를 경기로 '이루어지게' 만들지 못하고 계속 볼넷을 주거나 폭투를 남발해버리면 감독은 선발투수를 강판시키고 '계획하고 있지 않던' 몇 이닝을, '준비하고 있지 않던 어떤 다른 투수'에게 맡겨야만 합니다. 최소한으로 요구되는 이닝을 막아주는 것은 그렇게 프로야구라는 생태게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일'이 '일'로서 이루어지게 하는 아주 기본적인 자질이라는 것입니다.
결국은 보통의 평범한 직업인에게 요구되는 '기본'역시 그런 것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국 일을 함에 있어서 '기본'이라는 것은 '부여받은 일'을 '요구되는 시점'까지 매듭짓는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 과정을 채우는 것은 서툴수도 있고 무엇인가가 결여되어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타고나거나 학습된 재능은 모두 재각각 일테니 어떻게 얽이를 만들어 나갈까도 모두 다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을 함에 있어 가장 기초적인 역할은 해야하는 과업을 약속한 지점과 시점까지 예상 범위 내의 수준으로 익히는(boiling) 것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외에 결과들은 한 명의 개인이 장악하거나 도출해낼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반드시 챙겨야 하는 덕목도 있습니다. 최근에 드는 생각은 '재무적 사고'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도 앞서 언급한 '일취월장'이라는 책에 소개 된 이야기로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무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성취를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라는 것입니다. 필자는 이전에 '회계는 수비다'라는 제목의 글을 브런치에 쓴 적이 있습니다. 뭔가 당장의 빵빠레를 터트리는 것이 중요한 것 같은 사업팀의 성격과 다르게 회계팀의 일이란 감사를 대비하고 추후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들을 발견하고 처리하고 혹은 대안을 준비함으로써 조직의 위험성을 제거해나가는 일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담은 글이었습니다. 어찌보면 수비는 곳 프로선수의 기본자질이요 기본을 갖춰야 프로 선수와 프로 스포츠 산업으로서의 자격을 얻는다는 것과 웬지 모르게 닮아있는 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나 최근 몇년 간 비영리단체 및 공익법인의 사업 환경에서는 회계 기준을 강화하는 변화가 일고 있기 때문에 회계적인 기본기를 갖추고 재무적인 관점을 갖는 것은 점점 더 이 영역에서의 직업인들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으로 자리잡을 것 같습니다.
사실 필자는 공대생으로 졸업하여 비영리법인에서 일하고 있는 조금은 유별난 사회인입니다. 어찌보면 기초교육이 없는 상태에서 이 영역으로 진입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면에서 끊임 없이 나의 정체성과 비전에 대해서 고민하게 됩니다. 아마도 그런 과정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일의 기본을 하는 것인가하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에 '비선수출신' 한선태 선수가 야구 역사 최초로 프로 구단(LG트윈스)에 지명된 것을 넘어 2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1군에서도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는데 뭔가 필자의 상황과 비슷하여 공감이 되어 응원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시작이 늦었던만큼 일을 함에 있어 기본기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