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힘

by 글객

한 여자가 스타벅스 카페를 나가며 "사람마다 때가 있는 거야"라는 말을 했다. 그 음성이 그대로 내 귀에 화살처럼 꽂혀 마음에 꽤 오랜 순간 맺혀있었다. 그리고 이 '잔류'로 인해 마음속으로부터 또 다른 사고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사람은 영향을 받는다. 불특정 다수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이 여자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뱉은 이 말은 아무런 관계도 없는 나에게 묘한 위로로 작용했다. 아무 생각 없이 읽기 시작한 기사나 가십거리에서 갑작스럽게 부정적인 생각을 얻는 것처럼 사람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영향을 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그 영향은 아주 임의적이며 그 빈도마저도 아주 임의적이다.


사건의 힘이란 평범하지 않은 사고를 하게 만다는 데 있는 것 같다. 카페 화장실에서 "휴지를 변기에 버리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벽에 써져 있는 것을 보았는데 순간 '이 문구가 족자처럼 휴지에 적혀있다면 그 목적을 달성하는데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집을 나와서 이 카페에 일정 시간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새로운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스스로의 존재의 유용성을 환기시키는 작용을 하면서 미약하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스스로의 쓸모를 다시금 발견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일말의 자신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도 같다. 내가 예상하지 못하는 임의적인 사건들이 그런 자존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두 가지가 보이는 것 같다. 사람은 세상에 새로움을 더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사실과 나라는 사람의 사고와 존재를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사실. 한쪽은 새로움에 대한 욕구. 또 한쪽은 공감에 대한 갈망이라는 점에서 사람은 보편성과 특수성 어느 한쪽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 같다. 내 존재는 보편성의 범주에 있지만 그 보편성 속에서 특수성을 뽑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길 바라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하면 알맞을까? 어쨌든 사건이 있기에, 아니 사건이 있어야만 내면으로 들어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2016.09.04 카페에서.


이미지 출처 : https://pixabay.com/ko/illustrations/%ED%8C%90-%EA%B8%80%EA%BC%B4-%EB%B6%84%ED%95%84-%EA%B9%A8%EB%8B%AC%EC%9D%8C-95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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