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이란 부정적인 생각이라는 전염병의 치료제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영화 인셉션의 도입부에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하는 주인공 코브의 대사가 나오는데 머릿속 깊이 박힌 생각이란 박테리아나 회충보다 죽이기 힘들고 전염력이 강해서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기생충이란 것이었다. 가만 보면 생각이란 입을 타고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니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부정적인 생각이란 정말이지 코로나처럼 강력한 전염병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이 부정적인 생각이라는 전염병의 특효약이란 행동이 아닐까 싶다. 좋지 않은 생각이 들 때 고민을 계속하다 보면 머릿속에 어두운 미래만이 남게 될 때가 있는데 그렇게 생각이라는 질환이 깊어지는 것을 막아설 수 있는 것이 행동이지 않을까 싶다. 행동을 하면 상상이 중지되고 실체가 눈앞에 서기 때문이다. 그러니 행동이란 부정적인 생각이 성장하고 전파되는 것을 싹둑 잘라낼 수 있는 잘 갈린 칼과 같다. 그 칼이 매일매일 갈려서 예리하면 예리할수록 부정적인 생각이 자랄 틈이 없게 되지 않을까 싶다.
어떤 것을 기획할 때도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단숨에 선보이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가 많다. 말은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어 말문에서 말꼬리까지 이어지기 전에 중간에서 오해를 낳는 경우가 많다. 사람의 경험과 생각과 가치관이란 모두 달라서 화두를 들었을 때 나머지 맥락을 채우는 방식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듣는 이로 하여금 화자가 의도하지 않은 그림을 머릿속에 그리게 하는 부작용을 낳기 쉽고 그 그림이 듣는 이가 생각하기에 온당치 못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부정적인 생각 기운은 삽시간에 공간을 채운다. 그리고 그 기운은 화자에게도 다시 부정적인 기운을 씌워 어떤 아이디어에 대한 실현 의지를 꺾게 만들기 쉽다. 시간축을 사용하는 언어와 대화가 가지는 가장 큰 맹점이다.
반면 내 상각을 최대한 시각화시켜 기획에 대한 프로토타입을 단번에 제시하는 것은 모든 생각의 응집체를 하나의 시점에 모아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생각과 시간이 파생시키는 오해를 최소화시켜준다. 조금 달리 말하면 부정적인 생각이 자라고 전파되는 시간 자체를 애초부터 빼앗아 버리는 것이다. 생각을 공유하느라 의도치 않게 청자가 부정적인 상상에 빠져드는 것을 준비된 행동으로 방지하는 것이다. 장황한 설명이 헤쳐나가야만 하는 부정적인 생각의 숲을 행동이라는 특효약으로 단 번에 뛰어넘는 것이다. 이곳에는 오해는 없고 비평만이 존재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대화로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되도록 두괄식으로 말해야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중간 과정을 거치느라 듣는 이 또는 읽는 이로 하여금 오해를 발생시키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는 좋은 방법이 결론부터 말하는 습관이다. 물로 소설과 같이 읽는 이에게 궁금증이란 징검다리를 끊임없이 제공해야 하는 '이야기'에서는 결말을 먼저 이야기하는 스포일러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의사소통의 상황에서는 본론을 빨리 말하는 게 대부분 더 좋다.
불교에는 일즉다, 다즉일 하나가 모든 것에 영향을 주고 모든 것이 하나에 영향을 준다는 말이 있다. 인셉션 코브의 말처럼 생각은 생명력과 전염력이 강해서 내 머릿속의 생각이 결국은 세상으로 향하고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 돌아오게 된다. 그래서 내가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할수록 내 주변 사회의 생각도 부정으로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 생각은 도로 나에게 돌아온다.
행동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듯하다. 행동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제 때 잘라내지 않으면 부정의 기운이 내 주위로 발산되가고 눈덩이처럼 커진 부정적인 생각은 다시 나를 감싸게 된다. 행동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막아내는 것은 전염병을 막는 백신과 같이 나와 내 주위 모두를 이롭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