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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게임을 '준비'할 수 있을까?

by 글객

한 유명 야구선수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100% 컨디션이란 시즌 첫 경기밖에 없다고. 그 외의 모든 날들은 신체 상황이 어딘가 좋지 않은 상태로 시즌을 치른다는 말이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운동선수란 주로 TV를 통해서 겉모습만 확인할 뿐이라서 그 전에는 어떤 캐릭터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이 말을 들은 시점부터 야구 선수들이 사람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경기를 하는 사람들이니 더 그렇기도 했다.


투수가 내뱉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이 말. 결국은 아프면 아픈 대로 피곤하면 피곤 한대로 팀 사정이 좋지 않으면 좋지 않은 대로 공을 던져야만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야 경기가 시작되고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 행위 자체가 경기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상황은 준비해나갈 수 있지만 지금의 상황은 우리에게 운명이다. 현재는 준비된 것을 꺼내놓는 자리이지 현재 이 순간에 준비되지 않은 것에 주목한다는 것은 현재와 미래를 혼동하는 것이다. 지금에는 지금만 존재한다. 완벽은 추구의 대상이지 실행의 대상은 아니다. 안타를 하나도 맞지 않는 퍼펙트게임은 일어날 수 있는 대상이지만 욕심낼 수 있는 대상이 아니고 욕심내서도 안된다.


이 모든 것은 과거에 경험했던 아주 완벽한 상태를 자꾸 현재의 비교대상으로 삼기 때문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그것은 미래로 넘겨두어 그에 걸맞은 또 다른 준비를 해나갈 대상이지 현재에 실현시킬 수 있는 무엇은 아니다. 준비와 실행이 한 시점에 이뤄지면 자꾸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현재에 충실한 실행이 미래를 위한 준비가 되기는 하지만 그것은 결과적으로 그렇게 될 뿐 실행의 상황에서는 나에게 주어진 자산과 기회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그것이 최선임을 받아들이고 잘 조합하여 실행하여야 한다. 과거에 존재했거나 미래에 존재할 수 있는 완벽의 상황을 현재에 대입하면 부족함이 절대화된다. 그렇게 되면 어떤 발걸음도 행할 수가 없게 돼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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