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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의미

by 글객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 그것은 내 과거의 선택이라는 말이 있다. 과거의 선택이 쌓여 지금의 내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나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미 지나간 과거는 고정된 것이어 바꿀 수가 없기 때문에 새로운 과거를 쌓아야 그 새로운 과거의 선택으로 나 자신이 다시 규정될 수 있는 것이다. 습관이 형성되려면 60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비슷한 이야기다. 내가 하는 행동에서 이질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는 반복되는 행동이 지속되어야 한다. 익숙해짐이란 그것이 나임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익숙해졌다는 것은 정체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새로운 과거를 쌓아가며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그 중요성을 발휘하는 것은 기록이다. 과거가 현재의 나를 규정한다면 과거를 잘 기록하여 내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잘 기억하는 것은 나 자신을 제대로 아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억에 의존한 자기규정은 기억이 허락하는 한도로 제한되지만 기록에 의한 자기규정은 그 기록에 얼마나 충실했는가에 따라 충분히 깊어질 수도 충분히 풍성해질 수도 있다. 기록을 한다는 것은 한순간에 나를 떠나 사라질 수 있는 과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행동이다. 과거가 현재의 내 주변에서 계속 살아 숨 쉬게 만드는 행위이다.


기록을 하면 여러 시점의 생각과 판단을 하나의 시점에 공존하게 할 수 있다. 어린날의 나와 지금의 내가 기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을 넘나드는 여러 자아들의 대화는 구슬을 꽤듯 흩어져 조각난 자아들을 융합하고 통합한다. 그것은 눈덩이가 합쳐지고 커지는 것처럼 더 커다란 하나의 정체성으로 거듭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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