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LO Jun 22. 2022

말하는 이의 노력과 듣는 이의 미덕

대화를 함에 어려운 점. 특히 경험이 많은 사람과 대화를 함에 어려운 점은 상대방은 내 마음속에 남아있는 뒷 이야기를 알지 못함에 있다. 말을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완성된 문장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말이란 시간을 타고 흘러나가는 것이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내가 말을 다 뱉기 전까지는 아직 종결되지 않은 내 문장이나 문단의 일부가 전체처럼 느껴질 수 있다.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삶에 축적된 다양한 사례로부터 상대방이 아직 꺼내지 않은 뒷 문장을 상상하거나 유추하게 되고, 그래서 상대방의 생각을 단정 짓게 되고, 그래서 말을 잘라먹는 경향이 생긴다.  여기서 그 유추가 내 생각과 일치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것이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상반될 경우 의사소통의 단절은 시작되고야 만다. 화자는 듣는 이의 삶의 경험을 끄집어내는 책갈피로 전락할 수는 없다. 그건 의사소통 과정에 종속관계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는 것이 쉬운 일이냐면 또 그것도 아니다. 상대방이 내뱉는 단어나 문장이 만들어내는 생각의 파생. 그것은 듣는 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어 가만히 있으면 외부에서는 화자의 소리가 계속해서 나를 찾아오고 내 안에서는 또 다른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이건 여러 사람이 동시에 소리를 내는 소위 말하는 오디오 물림 현상과 동일하다.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겠지만 내 안에서 흘러나오는 나의 소리는 적어도 나에게는 외부에서 흘러들어오는 소리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소리와 소리 간에 충돌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화는 절충이 필요하다. 말하는 사람은 문장을 간결히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듣는 이에게는 문장이 종결될 때까지는 그것을 기다려주는 미덕이 필요하다. 그 노력과 미덕이 발휘되지 않는 대화의 장에서는 제한된 시간이라는 케이크를 독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대화는 의도치 않은 파국의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레드오션도 블루오션도 아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