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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 Jul 10. 2022

대체될 수 있는 것도 중요합니다.

흔히들 대체될 수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은 차별성이 없다는 말이다. 굳이 선택될 이유가 없다는 것. 그것은 선택될 확률의 문제다. 흰돌 하나와 검은 돌 하나가 필요한데 흰돌은 지천에 널려있고 검은 돌은 몇 개 밖에 없다고 가정하면 검은 돌은 희소한 존재가 된다. 희소한 존재인데 그것이 반드시 필요한 무엇이라면 선택될 확률이 높다. 반대의 경우 선택될 확률이 낮다.


하지만 간과할 수 있는 것은 대체될 수 없는 것만큼 대체될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전혀 대체할 수 없는 무엇에 의하여 움직이는 조직 또는 사회는 그 자체가 위협적인 상황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검은 돌이 단 하나만 존재한다면 그 검은 돌을 수단으로 하는 시스템은 그 검은 돌이 존재할 때까지만 존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장래가 보장되지 않는 시스템은 애초에 시작되기가 어렵다. 그래서 더 좋은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라도 역으로 검은 돌이 선택되기 더 어려워진다. 이미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는 상태라면 더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한 수단으로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그렇게 시스템 자체가 대체되게 된다. 그래서 어느 정도 대체 가능한 존재가 전혀 대체가 불가능한 존재보다 선택될 확률과 생존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보편성과 특수성의 교집합에 서 있을 필요가 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르지만 그렇다고 너무 동떨어져 있지는 않은 균형 잡힌 존재. 그것이 스스로를 스스로 답게 하고 스스로를 계속해서 스스로일 수 있게 한다. 나만의 향내를 찾아내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지만 그 과정 속에서 자기 자신이 부재한 상황에 대한 대안도 함께 마련을 해나가야 한다. 그래야 자기의 향내를 찾아가는 여정이 주변에 위협적이지 않을 수 있다. 주변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되돌아올 위협도 없음을 뜻하며 그래야 그 과정이 정당해질 수 있고 그래야 그 과정에 몰입할 수 있다. 내가 속한 집단에서 한 걸음 정도 나아가며 새로움을 찾는 동시에 그 경계를 허물지 않으며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더 뿌리 깊은 탐구의 자유를 선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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