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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 May 24. 2023

내 탓이오 내 탓이오

얼마 전 TV토론 프로그램에 주진형 대표가 나왔다. 출생률에 관한 토론 주제에서 주대표는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자기 탓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모두가 남 탓만 하고 있으니 문제가 풀리려야 풀릴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였다. 자기 탓을 해야 한다. 어떤 사건이 닥쳤을 때 내가 잘못한 것은 없는지 살펴보는 마음.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라는 우주 속에서 그 중심이 나 자신이라면 세상을 교정하는 발걸음은 나 자신으로부터 일지도 모른다. 하나는 주변의 모든 것에 영향을 준다. 내가 변하면 주변도 변할 수 있다. 고로 내 주변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나 자신을 교정함으로써 해결해 나갈 수 있다. 그런 뜻이 아니었을까.


다른 사람의 문제를 나의 문제로 치환하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조금 다르게 다른 사람의 잘못을 나의 잘못으로 치환하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헌혈을 하면 그만큼 수혈받을 기회를 받는 것처럼 실수와 잘못을 감싸는 것은 나 자신도 그런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는 것이라 여긴다. 모든 것을 당신 탓이라는 태도로 대하면 문제는 온 세상사람들의 사이를 오고 가기만 할 뿐 해소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는다. 아니, 시간이라는 변수가 증가함에 따라 그 크기가 계속해서 자라게 된다. 그러다 종국에는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만큼 성장하여 서로를 탓하던 모두를 위험에 빠트린다. 내 탓을 하는 것은 너와 나 모두를 구하고 남 탓을 하는 것은 나와 너를 모두 죽인다. 내 탓이란 그래서 필요하다.


모든 문제를 남의 것으로 치부하며 보내는 시간의 결말은 외로움이다. 문제를 내 탓으로 돌려 얻는 것이 상처라면 문제를 남 탓으로 돌려 그 모든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진 인간의 모습은 고결하고 온전한 쓸쓸함이다.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각자의 선택이다.


2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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