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LO May 23. 2023

일을 하며 쌓아간 과거가 곧 나를 가리킨다.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나 혹은 어떤 직장에서 일을 해야 하는가, 현재의 일터에서 계속 일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것이 인생의 중차대한 문제가 되는 이유는 과거는 계속해서 굳어지기 때문이다. 어떠한 일을 하며 보내는 시간은 쌓이며 곧 과거가 되고 그 과거는 바꾸지 못하는 무엇이 된다. 그런데 그 과거가 곧 나 자신을 규정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문제에 진지할 수밖에 없다. 어떤 과거를 남겨 나를 규정하도록 의도할 것인가의 문제. 한 사람을 해석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의 발자취를 살펴본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과거는 나를 가리키게 된다.


일을 한다는 것은 계속해서 선택과 결정을 해나가는 일이다. 우리는 그 선택과 결정에 나름의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선택의 재료들은 우리가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또 어떤 일터에서 일하는지에 따라 달라지고 그것에 의해 주어진다. 내 가치관에 더 부합하는 선택이나 결정의 기회가 나의 환경 속에서 주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최선이 아닌 차선을, 그리고 최악을 피하는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진다. 하지만 그것이 환경에 의해 반 정도 강제된 선택일지라도 그 선택은 오롯이 나의 선택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가치관과 맞지 않는 선택의 누적은 우리를 고민하고 갈등하게 만든다. 내가 있는 땅에서 가치 있는 선택을 채집할 수 없다면 서 있는 땅 자체에 대해서 그 적절성을 가치판단할 수밖에 없어지는 것이다. 환경적 조건에 의해 강제된 선택도 자기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은 어쩌면 잔인하지만 우리는 바로 그 잔인한 세상 속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선택을 거부하는 것도 선택의 일환이지만 결국은 스스로 어떤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기차에 타올라 있다. 기차에 올라타 있는 이상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선택을 하고 있게 된다. 기차의 탑승객은 자리에 가만히 있어도 앞으로 나아간다. 그것이 우리가 직접 선택하지 않아도 선택하고 있는 이유다. 그 자동적이고 인지되지 않는 선택이 더 이상 내 가치를 담아내지 못하면 우리는 기차에서 내릴 수밖에 없다. 기차 밖의 상황은 평온할 수도 있고 위험할 수도 있다. 운이 좋게 기차가 정차했을 수도 더 운이 좋게 다른 기차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릴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은 공통적인 사실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부정이라는 늪 속으로 자기 자신을 몰아넣게 될지도 모른다.


23.05.22



매거진의 이전글 MZ라는 단어는 이제 그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