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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 May 30. 2023

우리의 인식마저도 자원이라면 디지털 쓰레기도 쓰레기다

자원의 효율적 사용이라는 경제적인 덕목은 많은 순간 그 중요성이 강조된다. 인력과 자원이 넘치는 조직은 없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애초에 지구와 세상이 뭔가가 부족한 상태로 생겨먹은 것이기도 하고 인간이 항상 부족함을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다. 욕심 때문이기도 하다. 투여된 자원보다 더 많은 것을 얻고자 하는 본능. 동의하고 말고 와 관련 없이 세상은 그런 방식으로 돌아가고 그러하길 원하는 측면도 있다.


그렇다면 자원이란 그 영역을 어디까지로 규정할 것인가가 그다음의 문제가 된다. 자원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리적인 형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식도 중요한 자원이다. '사람의 마음은 한정된 자원이다', '하루에 발휘할 수 있는 의지력은 정해져 있다' 등의 말은 우리의 신경이 제한성을 가지고 있는 자원임을 말해준다. 신경을 쓴다는 말 자체에서도 우리는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쓴다는 서술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주어가 닳아 없어질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무엇을 인식하는데 쓸 수 있는 에너지는 한정적이다. 그것을 다 사용하면 인식의 의지가 사라진다.


디지털 세상의 위험은 무엇인가를 무한하게 흩뿌리게 된다는 점에 있다. 디지털 세상이 가지는 하나의 특성, 그 공간이 거의 무한해 보인다는 특성은 우리들 스스로로 하여금 그 공간을 마구잡이로 채우는 습성을 만들게 된다. 관리에 소모될 에너지를 고려하지 못하고 남발하듯 찍어버리는 사진, 호기심에 다운로드하고 거의 사용하지 않는 애플리케이션, 유튜브의 구독페이지, 손쉽게 하게 되는 이런 행동은 그 순간에는 눈치채지 못하지만 우리에게 일상의 문제를 야기한다. 그건 인식해야 하는 것들을 늘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인식이 쓸모없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우리의 인식마저도 자원이라면 디지털 쓰레기도 쓰레기다. 그래서 물리적으로 방을 치우고, 또 계속해서 그 공간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처럼 디지털 세상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쓰레기 관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애초에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것인 것처럼 디지털 쓰레기에 대한 관점도 애초에 그것을 발생시키지 않아야 함에 있다. 그것을 방치하면 우리는 그것을 인식하는 자체로 우리의 신경과 의지를 소모하게 되고 더 중요한 무엇을 하는 데에 그것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2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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