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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 Aug 15. 2023

나무에 집중할수록  나무에 빨려들어간다.

인스타그램에는 최근 각종 명언들이 난무한다. 그중에는 삶의 태도에 도움이 되는 것들도 제법 존재한다. 이를테면 스키선수가 나무 사이를 빠져나갈 때의 태도와 같은 것 말이다. 나무가 빽빽하게 자리 잡은 산길을 스키로 내려갈 때 우리가 가져야 하는 태도는 나무가 아니라 그 나무들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길에만 집중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무를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길을 따라간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부정의 개념이 없어서 어떤 대상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할수록 그런 행동에 빨려 들어갈 소지가 늘어나기 때문에 나무를 피한다는 명제로 계속 나무를 생각하면 눈에 자꾸 나무가 보인다는 것이다. 결국 그 사이에 나아있는 길에 집중할수록 나무는 시야와 인식에서 사라지게 되고 나무 사이를 통과하며 활강하는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어떤 일을 할 때에 되는 이유를 찾아야 안될 일도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모든 일은 안 될 말 한 수많은 이유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되지 않을 이유에 집중하다 보면 그 수많가지 이유를 헤아리다 제한된 시간을 모두 잃게 된다. 이것은 그 헤아림의 목적이 그 안 되는 이유를 잘 피해서 일을 성곡적으로 이끌어 가자는 것인지 아니면 그 수많은 안 되는 이유 때문에 그 일을 하지 말자는 것인지에 무관하다. 나무가 많으니 애초에 활강을 포기하는 것과 나무에 집중하느라 도중에 활강에 실패하는 것은 결과를 놓고 보면 크게 차이가 없다. 되는 이유에 집중해야 신속성이 생긴다. 지지부진함에 빠지는 일은 성공하기 어렵다.


사실 최근의 나의 상태가 딱 이렇다. 나무를 피한답시고 계속해서 나무를 헤아리는 태도. 그 태도 때문에 나의 머릿속은 수많은 나무들로 가득하고 길은 점점 좁아져만 간다. 나의 인식은 내가 집중한 나무에 부딪혀 생체기가 나고 피를 흘리고 있다.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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