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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 Aug 16. 2023

흘러넘치는 것이 재능이다.

나의 모친은 흘러넘치는 것이 재능이라고 말해준 적이 있다. 이 말에는 재능이라는 말의 속성이 담겨있다. 만약 차고 넘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고 그래서 조금씩 말라가는 것이 재능이라면 우리는 그 재능을 얼마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조금만 사용하면 그 수명이 다하는 것을 재능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계속해서 발휘될 수 있어야 재능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의 재능이 계속 재능이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여기 밑 빠진 독이 있다고 해보자. 항아리에 담겨있던 물은 밑이 깨지는 순간 바닥으로 흘러내려가기 시작할 것이다. 그대로 두면 언젠가는 그 물이 모두 밖으로 빠져나갈 것이다. 항아리에 계속해서 물이 차있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구멍으로 물이 빠져나가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항아리에 물을 부어주면 된다. 아무리 빠른 속도로 물이 빠져나간다 할지라도 그보다 더 빠르게 항아리에 물을 부어주면 항아리의 물은 유지되는 것을 넘어 위로 흘러 넘칠 정도가 될 것이다.


재능을 발휘한다는 것은 어쩌면 항아리에서 물이 세는 것처럼 가진 것을 조금씩 소모한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계속해서 그것을 발휘할 때는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으나 채움이 없이는 어느 순간에는 재능의 고갈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는 재능을 발휘하는 것보다 그 재능이 계속해서 재능일 수 있도록 새로운 것들을 탐닉하는 것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충분한 탐닉이 보장된다면 재능은 알아서 발휘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항상 '쓴다'는 말이 적용될 수 있는 대상을 소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무엇인가를 쓴다는 것은 반드시 소모가 동반되기 때문이다. 추상적으로 보이는 것도 쓴다는 개념이 적용된다면 그것은 계속해서 닳아 없어져 갈 것이다. 재능이라는 것이 사용의 대상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발휘하는 것만큼 채우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를 나답게 하는 재능이라는 것이 소모되고 바닥나 더 이상 나를 떠받치지 못하게 될 것이다.


2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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