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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 Aug 16. 2023

말은 '생각'보다 훌륭하지 못하다.

말에 취하면 굳이 하지 않았어도 될 말을 하게 된다. 보통 머릿속에 들었던 생각을 반드시 말해야겠다는 굳은 의지로부터 그 말이 시작될 때 엉성한 말을 하고야 만다. 생각이 앞서고 말이 뒤따르려고 할 때 그 생각의 속도를 따라잡으려다 말이 거칠어지고 근거가 부족해지고 감정이 섞이고 급해지는 것을 느낀다. 말하고 싶은 욕구가 심하면 말을 그르치게 된다. 말하고 싶은 감정 또한 욕망으로 보인다.


흔히들 그런 말을 했다. 돈을 좇으면 오히려 돈을 벌 수 없다고. 그것에 대한 진위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말하고 싶은 욕망도 이와 같다면 우리는 말을 뱉으면 뱉을수록 말을 그르칠 것이다. 말을 쫓으면 말을 잃는다. 가만 보면 말이란 그저 바라보아야 하는 대상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단지 입을 통해 나오는 소리에 그 찰나가 이어지는 순간들에 집중해 보는 것이다. 눈앞의 것에 집중한다는 말처럼 내가 하고 있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을 관찰하는 것이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사람을 힘들게 한다. 머릿속의 생각이 이상이라면 입을 통해 내뱉어지는 말은 현실이다. 그 두 가지의 괴리가 크면 우리는 괴로움에 빠지게 된다. 생각이 생각으로만 존재할 때는 온전하지만 생각이 말로 치환되면 훼손이 일어난다. 뱉어진 말은 원래의 생각과 다르다. 그러니 말을 많이 할수록 괴리는 더 심하게 느껴지고 스스로를 힘겹게 하는 것이다. 말은 '생각'보다 훌륭하지 못하다.


욕망은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갈망하게 만들고 더 큰 자극을 필요하게 만든다. 말에 대한 욕망은 마치 콜라를 계속 마셔대는 것처럼 계속해서 말에 갈증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최소화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굳이 표현하려고 하지 말라는 불교의 말씀처럼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굳이 말하지 않아 버릇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 실패할 확률도 없다. 말에는 언제나 허점이 있기 때문에 말을 많이 할수록 허점이 보인다. 그리고 그 허점은 나를 곧 감싼다.


23.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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