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는 흔한 말. 그것은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이 가지는 의미와 동일한 뜻을 전달한다. 그것이 내가 취할 수 있는 것인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내가 맡을 수 있는 일인지는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판단할 수 있다. 그 이해가 뿌리 깊지 못하면 달콤함에만 취해 자리를 맡았다는 사실을 제외한 많은 것들을 그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것은 나와 그 주변사람들에 대해서 안 좋은 삶의 기록을 남기는 일이 될 수 있다. 그에 속해지는 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자원을 낭비할 수 있다. 인생은 한정된 시간에 한정된 기회를 가진 유한한 자원이다. 소중히 다룰 필요가 있다.
물론 그런 경우도 존재한다. 나와 그 자리가 그렇게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 상황 속에서는 내가 최선인 경우다. 그나마 내가 가장 그 자리에 어울리는 경우다. 그런 경우에는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그건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더 큰 적임자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그것이 베스트 옵션이기 때문에 응당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나 자신을 이해하고 자리를 이해하는 것은 상대적이 되어야 한다. 어떠한 자리라는 것은 나와 그 자리의 절대적인 적합성을 따져보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를 둘러싼 많은 이들과의 상대적인 저울질을 통해 고려하고 선택하는 것이다. 내가 누구와 함께하고 있는가에 따라 그 자리는 나의 것이 될 수도 있고 나의 것이 아니게 될 수도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다른 대상과의 비교를 통해 스스로를 규정하고 발견하게 된다.
23.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