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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 Oct 02. 2023

특수성을 추구해야 보편성에 다가간다.

모든 특수성은 보편성에 우선한다. 평균에는 함정이 있다. 우리가 보편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실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것을 이루는 다양한 요소의 중간값들을 그저 얼키설키 묶어둔 것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런 모델은 실제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보편성은 참고의 대상이지 탐닉의 대상이 되면 안 된다. 그것은 실제 하지 않는 것을 추구하게 되는 꼴이다. 보편성을 너무 가치 있게 바라보면 눈앞의 것의 가치를 제대로 알 수가 없다. 내가 가진 것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보편성은 수많은 특수성들이 모여서 형성한 어떤 상이다. 그래서 보편성을 만드는 것은 결국 개별의 특수성들이고 내가 가진 특수성도 그 보편성을 떠받고 있는 하나의 조각이 된다. 내가 가진 특수성도 그 보편성을 형성하는데 보태지고 있다. 그러니까 보편성을 추구하면 오히려 그 보편성이 달라지게 된다. 모든 사람이 정확히 똑같은 개별성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면 보편성은 영원히 성취할 수 없는 어떤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보편성이란 성취의 대상이 아닌 참고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보편성만을 추구하면 끝끝내 알게 되는 진실은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실체가 없는 것을 쫓는다는 것은 영원히 표류해 감을 뜻하지 않을까. 실체가 있는 것을 추구하면 그 실체가 계속해서 강화되지만 실체가 없는 것을 쫓으면 그냥 흘러가게 될 뿐이다. 계속해서 그 지표가 달라지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내가 가진 특수성을 인정하고 그 가치를 발견하여 그것을 쫓아 강화시켜 보편성을 이루는 더 큰 조각이 되게 함이다. 그것이 오히려 내가 가진 것이 더 보편성에 다가가게 만드는 태도이자 과정이 아닐까 싶다. 인생은 아이러니로 가득하다. 추구하지 않아야 추구되는 것들이 있다.


2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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