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LO Oct 02. 2023

서말의 구슬을 꿰는 건 어울리는 것을 모으는 것부터

잘 차려진 식탁이란 무엇일까. 일단 맛이 좋아야 하고 깨끗함, 청결함도 기준이 될 수 있고 플레이팅도 요소가 된다. 또 하나 꼽자면 식탁 위에 올라오는 음식들의 구성. 단순히 메뉴의 종류를 넘어 그것이 얼마 큼의 양으로 준비되는지, 또 코스요리의 경우 그것들이 어떤 순서로 제공되는지 또 어떤 시점에 제공되는지 등이 중요한 것이 될 것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메뉴들이 서로 잘 어우러져야 한다. 한식에서 반찬은 메인음식을 서포트한느 역할을 할 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형태가 되어야 좋은 상차림일 것이다. 통일성이나 조화가 중요하다. 함께 먹기엔 서로 너무 이질감이 나는 것들이 한 상에 올라가면 개별 메뉴가 아무리 뛰어난 음식이라고 할지라도 그 둘은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마이너스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김치찌개와 피자가 한 상에 올라온 식탁이란 상상하기 어렵다. 김치찌개는 밥이 전제되어야 하고 피자는 콜라와 피클이 필요하다.


일을 한다는 것도 사실 이런 기본적인 것에서 크게 벗어나는 개념은 아닌듯하다. 어떤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서 서로 어우러지고 그래서 시너지의 효과를 나타내는 자원들을 테이블 위에 단순히 올려둔다고 모든 일이 완결되는 것은 아니다. 계속해서 그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고 꿰어주는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말처럼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애초에 '구슬'을 가져와야 꿴다는 그다음 행위가 존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구슬들의 합이 조화로워야 꿰어졌을 때 가치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애초에 서로 어울리지 않는 구슬들을 가져온 다음에는 꿰는 행위도 그것을 극복하는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


결국 우리가 가져야 하는 태도는 조급함을 지우고 최대한 통일성 있고 서로 어우러질 수 있는 자원을 찾는 데 있다. 물론 모든 일이란 무릇 제한된 시간이라는 구속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애초에 어울리지 않는 자원을 모아 오면 시간이 아무리 많다고 한들 그 결과물을 좋은 방향으로 내놓기 어려워진다.


23.08.13

매거진의 이전글 특수성을 추구해야 보편성에 다가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