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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 Oct 02. 2023

일과의 적당한 거리

일은 일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끝내는 경향이 있다. 그것을 수행하는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일 자체가 자신의 종착역을 향해 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억지로 일을 빨리 종결시키려고 하면 의도대로 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세상에 내 맘대로 되는 것 하나 없다는 말은 일에게도 적용된다. 내가 하는 일이라 해서 내 맘대로 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일을 수행하는 사람이 하는 일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냥 지켜보면 되는 것일까. 방관하면 되는 것일까. 자식을 길러보지 않았지만 그것은 마치 자식을 기르는 것과 같은 유사함이 있다. 관심을 가져줘야 하지만 과도한 관심은 독이 되기에 일정한 거리를 둘 줄도 알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그렇고 때로는 스스로 어떤 성장의 단계로 도달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누군가로 인해 해를 입지 않게 하기 위해 잘 보호하고 지켜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내 맘대로는 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억지를 부려서 아이를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어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관계는 유대감이 오히려 사라지게 된다. 일을 억지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이끌어가면 마찬가지로 일과 나의 관계는 위험해진다. 주변의 힘을 받지 못하면 지속성이 사라지고 지속성이 사라지면 애정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태양과 지구. 또는 지구와 달의 관계처럼 그 두 존재를 영원토록 안전한 공존의 관계로 유지하는 것은 적당한 거리가 유지됨에 있다. 그 간격이 필요이상으로 벌어지면 인력권에서 벗어난 둘은 계속해서 서로에게서 멀어지게 될 것이다. 반대로 그 간격을 잃어 끌어당기면 얻게 되는 것은 가까움이 아닌 파멸이 될 것이다. 일을 너무 끌어당겨 소유하려들면 우리는 그 일에 의해 다치고 깨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적당한 간격을 두고 발치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일은 우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떠나는 듯해도 계속 우리를 맴돌 것이다. 그것이 일을 대하는 온당한 태도이다.


2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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