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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 Oct 02. 2023

사랑의 원동력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상태여야 하는 것인가. 사랑에 대한 나의 지론은 인간이 가지는 모든 감정의 합이 그것이라는 것이다. 사랑이란 특정의 감정상태가 아니라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항구적인 상태, 또는 그 모든 감정을 그릇처럼 담아낼 수 있는 굳은 마음이다. 어떤 것에 대한 리액션이 아니라 조건 없이 발휘되는 꾸준하고도 영속적인 액션이다.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러기로 하는 것이다.


차승원이라는 배우가 나영석의 유튜브 프로그램 '나불나불'에 출연해 결혼과 가족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말했다. 나영석 PD가 그를 표현하기를 마치 이번생은 가족을 위해 살아가기로 작정한 사람인 것 같다고 했다. 차승원은 결혼과 가정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감이라고 했다. 책임지겠다는 자세가 기본값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을 덜어내서 자유를 갈망해 봐야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겠냐는 말도 더했다.


사랑이란 실제 그래야 하는 측면이 있다. 사랑이란 어쩌면 본성과는 다르다. 그래서 이성의 산물인 듯 보이지만 엄청나게 비이성적인 측면이 존재하고 비이성적이어야 오히려 그것이 지켜지는 측면도 있다. 그래서 복잡한 것이고 그래서 어려운 것이다. 어지러운 상태를 풀어내야 하는 싸움이 아니라 그 상태를 그냥 받아들이고 익숙해지는 싸움이다. 나였던 나를 벗어나는 싸움이고 영원히 새로울 나를 또 다른 나로 인정하는 싸움이다. 사랑은 나 조차도 포기하는 미련하고 거룩한 마음이다.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 되기로 노력해야 하고 상대방이 세상에서 가장 못나 보이는 순간에도 그것이 그 순간뿐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 모든 상황이 사랑을 이뤄가는 것, 그것을 완성시켜 나가는 것이라는 대전제를 마음속에 품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이 그 사랑 자체를 지킬 수 있다. 어떤 무엇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로 했기에 사랑하는 것이다. 그 이유와 원동력이 상대방이 아닌 나에게 있어야 사랑이 계속해서 사랑일 수 있다.


23.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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