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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 Oct 02. 2023

일, 조각상을 만들 듯이

세상에 저절로 되는 일이란 없다. 내 앞에 펼쳐지는 어떤 산출물이란 그 과정에 있어서 얼마나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얼마나 실행하고 그것을 둘러싼 환경의 움직임에 내가 얼마나 적절하게 개입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한 번의 생각이나 한 번의 실행으로 기대한 모습이 나타나주길 바라면 곤란하다. 내가 그리고 있는 일의 모습이 실제로 나타날 때까지 계속해서 무엇인가를 실천해야 한다.


이것은 마치 조각을 하는 것과 같다. 조각가는 돌덩이 안에 어떤 인물을 가상으로 설정하고 그 돌덩이가 결국 자신이 마음속을 그린 그 인물에 일치해질 때까지 계속해서 깎아낸다. 한 번의 정질로 그 인물이 나타나기가 만무하다. 눈앞에 놓인 돌과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인물의 차이를 계속해서 인지하고 그 차이가 0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돌을 까내려가야만 그것이 구체화된다.


그렇게 따져보면 두 가지가 중요해진다. 하나는 머릿속에 어떤 상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눈앞에 놓인 돌멩이라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드려야 한다는 점이다. 머릿속에 어떤 상도 없이 그럴싸한 결과물이 나오길 바라는 것은 기우제를 지내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것은 운에 기대거나 신에 기대는 행동일 뿐이다. 상이 없다는 것은 이상이 없다는 것이고 그렇기에 현실과 그 이상의 차이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좁힐 차이가 없다는 것은 그 어떤 것도 불러일으킬 것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방향성이 없는 상태에서의 망치질은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요 기회를 버리는 것일 뿐이다.


계속해서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실을 부정하고 백마 탄 왕자처럼 그럴듯한 일의 결과물이 눈앞에 펼쳐지길 바라는 것은 지금의 현실이 이상에 가까이 갈 수 있는 가능성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태도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고 그렇게 행동을 쌓아나가야 이상에 도달해갈 수 있다. 그 과정을 두고 우리는 '일을 한다.'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23.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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