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지식의 저주'는 어떤 것을 알게 됐을 때 그것을 알기 전의 상태를 망각하여 의사소통의 장애를 겪는 현상을 말한다. 경지에 오른 자와 초심자 간의 서로 다른 생각과 마음 상태가 언어의 차이를 만들고 그 차이만큼 소통의 장애를 겪는 것.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마음이다. 초심을 기억하지 못하는 마음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다른 사람도 알고 있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의해 나타나는 인식의 왜곡이다.

어떤 것을 너무 잘 알게 되고 너무 익숙해져서 그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되면 남들도 그것을 당연하게 알고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대화는 그 지점에서 단절되고 만다. 오해는 그 지점부터 쌓이게 된다. 지식을 가진 자는 상대방을 쉽게 어리석다 판단해 버리고 지식을 가지지 못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알 수 없는 이야기만 휘두르는 사람이 되고 만다. 서로 이상한 사람이 된다. 쌓이는 감정은 지식의 전파를 더 어렵게 만든다. 감정이라는 소통의 벽이 논리적인 정보의 오고 감을 막아내는 장치로 작용하게 된다.

좋은 관계를 위해서는 무지의 상태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 당연한 것은 쌓인 지식과 경험이 아니라 무지의 상태다. 어떤 것을 알고 있는 상태는 경험할 수도 경험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알지 못하는 상태는 누구나 겪어보는 당연한 상태다. 그러니 무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태다. 무지를 당연시 여기는 태도를 가져야 정보 전달의 불충분함이 발생하지 않고 대화가 온전히 자기 기능을 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을 우리는 '친절하다.'라고 표현한다. '배려'라는 단어에 그 의미를 포함시키기도 한다. 언제나 '상대방이 그 무엇도 알고 있지 않을 것이다.'라는 전제를 두는 태도를 지니면 오만함에 빠지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다.

23.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