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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 Nov 12. 2023

질문의 좌표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어려워지는 것은 그것이 내가 한 번에 인식할 수 있는 수준을 넘을 때 찾아오게 된다. 쉽게 말해 내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매 순간 한 번에 인식하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얼마큼 알고 있는지 모르는 것. 인식의 지평에는 많은 지식과 경험이 산재해 있지만 그 모든 좌표값을 정확히 기억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 '앎'이라는 것도 우리 스스로를 우연한 계기로 찾아오게 된다. 옆에 있는 사람과의 대화로부터, 또 주변 산물들에 의한 자극으로부터다. 그런 것들이 책갈피의 효과를 주어 우리의 앎을 무의식으로부터 꺼내어준다.


질문이란 그래서 중요해진다. 좋은 대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좋은 질문으로부터다.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에 따라 상대방에게 그것이 어떤 책갈피가 되는지가 달라진다. 상대방의 인식의 지평에서 과연 어느 지점을 활성화시키는지가 달라진다. 그래서 질문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달라진다. 질문과 답변이란 단순히 텍스트의 조합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어떤 자극을 줘서 어떻게 내게 필요한 정확한 정보를 끌어내는 것에 관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질문을 할 때는 상대방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그가 살면서 자의적/타의적으로 세상에 남긴 자신의 흔적, 또는 발자취. 자기 자신도 잊고 있을 수 있던 이야기들을 종합하여 지평을 만들고 그 넓은 지평중에서 나는 과연 어디에 돌을 던질 것인가를 스스로 묻고 준비하는 것. 그것이 대화를 준비하는 태도고 그것이 질문의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지 않나 생각이 든다. 상대방이라는 우주에서 나는 어떤 포인트를 이번 대화에서의 우주로 채택할 것인가. 그것이 어떤 질문이 필요한지를 알아차리게 한다. 그것이 준비되지 못하면 의미 없는 대화나 허황된 질문과 답변만이 오가다 시간을 잃고 만다. 질문이란 그런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


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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