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LO Nov 12. 2023

준비의 수준

우리가 무엇인가를 준비할 때 과연 어떤 수준까지 준비해야 할까. 준비한다는 것은 미래를 상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미래에 어떤 상황이 나에게 찾아올지 어떤 위협이 날 찾아올 수 있을지, 어떤 불안요소가 발생할 수 있을지. 그렇게 그려지는 머릿속의 상들이 준비의 기준이 된다. 원하는 상이 눈앞에 펼쳐질 수 있도록 하는 것, 원하지 않는 상이 펼쳐지지 않게 만드는 것. 그것이 준비가 아닐까 싶다. 그려진 상이 버젓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갖추지 않았다면 준비가 덜 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공란을 지워가는 싸움이다.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준비할 수는 없다. 그런데 상상은 경험이 쌓일수록 많아진다. 그래서 경험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준비할 것이 많아진다. 경험이 부족한 자의 준비는 경쾌하지만 허점이 있고 경험이 많은 자의 준비는 철저하지만 무겁다. 그래서 때로는 불필요하게 보이고 실제 불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상상 속에는 무수히 많은 상황들이 펼쳐지는데 그것을 외면 한느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외면이 나에게 화를 입힐 수도 있으니 말이다.


시간이라는 자원의 한계 속에서 우리의 준비는 과연 어느 수준이어야 하는가. 결국은 그것이 발생할 수 있는 확률에 근거하여 우선순위를 매겨 시간을 할당해 준비를 하고 우선순위에 밀려 준비되지 못하는 것들은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만약 우리가 준비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면 그럼에도 발생하는 문제나 위협은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 마저도 내 준비의 손아귀에 넣어야만 직성이 풀린다는 태도는 반드시 주변을 옥죈다. 누군가를 해쳐서 무엇인가를 준비하는 것은 지속성을 잃어버리고야 만다. 그래서 받아들이기도 해야 한다. 모든 것은 균형점을 잃었을 때 위태로워지기 시작한다. 준비에도 균형점이 있다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과 장악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받아들이는 것 사이에 그 균형점이 존재하는 듯하다.


23.09.18

매거진의 이전글 그저 글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