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 입혀지는 정서적인 옷.

by 글객

일상과 휴식 간에는 유격이 필요하다. 우리는 하루를 살면서 우리의 정신을 중무장한다. 하루라는 시간 동안 본연의 자신의 마음에 아주 천천히 한 겹씩 나도 모르게 쌓이는 외부적인 나의 모습. 그것이 쌓이는 속도는 너무도 시나브로 진행되어 집에 돌아왔을 때는 그렇게 얻은 나 자신이 원래의 나인 듯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허공을 응시하며 내 안을 조금만 집중하면 일상에서의 나와 휴식에서의 나 사이에 꽤 두께감 있는 격차가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그것이 스러져 본연의 나로 돌아와야만 몸과 마음이 모두 집에 돌아온 것이 된다.


장갑을 끼고 기타를 치면 소리가 잘 날리 만무하다. 장갑을 끼는 이유는 어떤 외부적이고 물리적인 위해요소에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정신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일을 하며 우리의 정신은 불확실한 요소들에 대응하기 위해, 적당한 긴장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혹은 인간 본능의 모습은 사회 안에서 쓰이기에는 너무 야만적이기 때문에 정서적인 옷을 입는다. 하지만 육체를 위한 물리적인 옷을 입는 것과 달리 그 과정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기 때문에, 내 안을 응시하며 자신의 마음을 쳐다보지 않으면 그 두께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때문에 일상과 휴식의 사이 그 둘을 분리시키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래야 내 안에 본연의 내가 아직 살아있구나 하는 인식을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다.


바깥에서 입는 옷을 입고 그대로 자면 불편하고 제대로 잘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집에 돌아오면 옷을 갈아입는다. 그제야 우리의 몸은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조금 더 자각한다. 정신도 마찬가지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루를 살며 겹겹이 덮어진 방어용 정서. 그것을 벗어던진 후에야만 심신이 모두 집에 돌아온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안을 응시해야 한다. 닳고 해진 정신적 껍데기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후에야 그것을 벗어던질 수 있는 자각이 발생한다.


이미지 : http://youqueen.com/love/relationships/first-date-body-language-deco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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