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 엄마는 배가 아프다면서 위염약 좀 사다 달라더니 이내 아픈 게 좀 가셨는지 주방 서랍을 다 빼놓고는 싱크대 안쪽이며 서랍 바닥이며 구석구석을 닦기 시작했다. 물티슈를 뽑아 찌든 때를 벗겨내고 이사로 인해 대충씩 우겨놓아 진 가재도구들을 정리했다. " 아이고, 배 아프다더니 뭘 이렇게 닦으셔." 일손을 도우려 엄마 옆 바닥에 철퍼덕 앉으며 지나가듯 푸념하듯 물으니 엄마의 답변이 퍽 참됐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엄마는 이런 게 보이면 영 불편해. " 엄마를 따라 물 티슈를 한 장 뽑아 나도 서랍 곳곳을 닦기 시작했다.
엄마만큼 깔끔한 사람을 많이 보지 못했다. 이사를 한지 한 달도 아직 안되어 틈만 나면 뭘 정리하고 닦으신다. 이사를 오려고 다른 사람들이 우리 집을 보러 올 때면 거의 항상 공통적으로 집이 참 깨끗하다는 소리를 해대는데 그건 어떤 결벽증적인 과도함이 아니라, 군더더기 없고, 심플하고, 깔끔한 어떤 것이다. 덕분에 나도 조금은 깔끔하다. 보편적 남성에 비해서. 또는 비슷한 또래에 비해서는 말이다. 이사를 할 때마다 거의 대부분은 집 상태가 본인 성에 안차는지 엄마는 쓸고 닦고 쓸고 닦고를 반복한다.
형편이 안 좋을 때 단돈 이천만 원짜리 전셋집에서 네 식구가 산적이 있다. 그 집에서 약 7,8년을 살았는데 내가 대학생이 되면서 지금 살고 있는 부천지역으로 이사를 나오게 되자 집주인이 도리어 전세금을 5백만 원 깎아줄 테니 더 살라고 하더라. 잘은 모르겠지만 인품이든 뭐든 엄마가 가지는 어떤 성품이 마음이 들었던 모양이다. 얼마 전에 지금은 다른 사람이 세 들어 살고 있는 옛 우리 집에 가보았는데 참 험하게도 집을 쓴 흔적들을 보면서 5백만 원 깎아주겠다던 그 아줌마의 마음이 웬만큼은 이해가 됐다. 싱크대 교체를 비롯하여 이래저래 집수리하는데만 몇 백의 견적이 나왔다.
엄마는 좋은 사람이다. 일관적이고, 경우 있고, 소신 있다. 부지런은 말할 수도 없고. 그 정도 살면 되지 않을까. 오늘은 엄마가 좋다.
이미지 출처 : https://www.consumerreports.org/home-garden/are-the-dust-particles-in-your-home-making-you-s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