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과 대충

by 글객

대충하는 것과 그냥 하는 것은 다르다. 대충한다는 것은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생각의 얽이가 있음에도, 그리고 그 지점에 다가갈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드름을 피우는 것이며, 그냥 하는 것은 멈추거나 뒤돌아가지 않는 태도다. 한 번 구상된 생각의 얽이를 믿는 일이며 그 외의 수는 없다고 판단하는 마음이다. 무언갈 그냥 하는 자세는 꽤 괜찮은 삶의 관성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끊임없이 빗나가는 것 같다. 사건 하나하나도 그렇고 인생 전체에서 굵직한 족적이 되는 큰 사건도 그런 것 같다. 나 혼자의 힘으로 완전히 장악할 수 있는 일은 점차 줄어들고 만족스럽지 않더라고 일단은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들을 많이 만난다. 받아들임. 그래 받아들임이다.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그다음을 만날 수 없다. 거창한 카타르시스나 클라이맥스 장인정신이 깃든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조예 로운 결과물이 늘 있을 것이라 맹신하면, 그러한 확고함은 어느 순간 아집과 두려움으로 변태 한다. 그때부터 우리는 비좁은 성공의 영역에 자신을 가두고 자위하며 인생의 헤게모니를 잃지 않기 위해 방어기작을 발달시키기 시작한다. 소통이 단절된 견고한 요새가 나 자신도 모르는 어느 순간 완성되게 된다.


장애물은 나아갈 길을 의미한다고 한다. 선입 때문에 커 보이는 장애물을 직시하고 잘게 쪼개다 보면 하나의 덩어리인 듯 보였던 장애물은 사실은 해결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분되어 있다고 한다. 그 판단이 중요한 듯하다. 해결되지 않을 문제는 기를 써도 그 순간에 해결되지 않는다. 해결의 순간은 예정되어 있지 않은 그 언젠가이다. 해야 할 일은 해결할 수 있는 것을 해결하는 것이다. 해결되지 않을 문제를 보고 싸잡아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는 무엇으로 규정하지 않아야 하는 것 같다. 그냥 한다는 것은 덩어리처럼 커 보이는 장애물에 할 수 있는 대로 작은 구멍이라고 뚫어내 통과하여 그 뒤의 영역으로 도달하는 일인 것 같다.


이미지 출처 : https://stofferwealthadvisors.com/money-psychology/financial-challen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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