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역류를 일으킬 때 그 역류에 휩쓸려 나도 역류를 일으키면 이는 상대가 의도한 바에 지극히 부합하는 꼴이기 때문에 상대가 역류를 일으킬 때는 오히려 순류를 유지하는 것이 상대 입장에서 역류가 된다. 이 말은 미생의 장그레다. 직접적인 영향이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안영이는 이후 자기팀 선임들의 자신을 향한 비겁한 대우에 그대로 응해줌으로써 오히려 그들에게 역류를 일으키는 결과를 만들었다. 선임인 하대리는 온갖 허드렛일을 군말 없이 해대는 안영이를 보며 결국은 어처구니없는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대리로서는 상대를 휘저을 카드를 이미 다 소진한 꼴이 돼버렸다.
바둑의 이야기지만 일상에도 잘 적용되는 이야기다. 가령 상대가 나를 골려주려 하는 행동에 내가 뻔하게 저항해버리면 이는 상대가 예상한 시나리오 속으로 들어가는 꼴이 되며 그 판에 맞는 또 다른 카드를 꺼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결과를 가져온다. 짓궂은 장난을 치는 이유는 그 장난에 반응하며 당황스러워하는 상대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즐기고자 함인데 이럴 땐 오히려 그 수법에 그대로 응해주며 순류를 유지하는 것이 상대 입장에서 역류가 된다. 상대는 그렇게 순순히 응해주는 시나리오에 대한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상대는 예상했던, 그리고 얻고자 했던 상황적 결과를 얻지 못하고 벙찌게 된다. 되치기와 같은 원리다. 힘으로 밀고 들어오는 상대를 같은 힘으로 맞서는 게 아니라 그 힘을 그대로 이용하여 넘기는 일이다.
에너지가 강한 상대는 맞대응해서는 내 페이스를 유지할 수 없다. 그런 순간에는 물처럼 되는 게 진리다. 상대가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할지언정 물은 잡히지도 않고 그렇다고 충격을 받지도 않기 때문이다. 상대를 순류 속에 품음으로써 자기 발에 걸리게 만드는 것이 기운 좋은 상대를 대하는 적절한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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