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언어의 중첩.

by 글객

인간은 언어로 생각한다. 생각이 먼저이고 언어가 필터처럼 그 생각을 문법이란 형태를 통해 구체화시키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애초에 언어 그 자체로 생각이 발생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어쨌든 언어는 표현의 수단이자 동시에 한계다. 가지고 있는 언어만큼 생각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다. 생각도 결국 나 자신에게 하는 표현이다. 청자가 나인 의사소통이다.


음악을 많이 들어야 음악에 대해서 알게 된다. 그리고 인상의 파편들이 모여 창작의 행위를 하게 한다. 많이 들을수록 참고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감성적 인식 및 레퍼토리가 다양해지고, 그만큼 독창성 있는 무언가가 나 올터이다. 창의성이란 결국 서로 다른 것들 간의 연결과 중첩이라면 많이 들을수록 더 첨예한 연결이 발생하여 뻔하지 않은 독창성이 돌출될 것이다.


한 디자이너가 TV 프로그램에서 한 이야기다. 볼펜을 디자인하기 위해,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유일한 디자인의 볼펜을 만들기 위해 그 무엇에도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산속으로 들어가면 그렇게 만들어낸 결과물은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디자인일 것이라고. 결국 새로움이란 많은 것을 탐닉하여 무엇이 이미 뻔한 것인지를 알고, 그 많은 것의 부분 부분을 어떻게 재조합 재해석할지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정의될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보면 언어를 얻는다. 생각의 파생이 달라진다. '우리는 토성으로 간다.'를 읽은 뒤 하늘이 조금씩 우주로 보였고, '주역 인문학'을 읽은 뒤 광화문의 차들의 행진과 그것을 제어하는 차선의 존재가 좀 유별나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어떤 책을 보더라도 그 책과 책은 꼭 중첩되는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식의 지평이 꼬리를 물듯 확장되고 그 연결고리가 좀 더 유별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마치 유화를 그릴 때 물감을 덧칠하고 덧칠하여 두꺼워지듯이 그렇게 조금 특별한 인식이 중첩을 통해 내 안에 자리 잡는 게 아닐까? 책을 통해 세상을 보는 방법을 다양하게 만들고 그 중첩의 순환이 결국 자기 자신만의 독특한 인식 세계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미지 출처 : http://www.bluemaize.net/arts-crafts-sewing/oil-pa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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