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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ia Jun 16. 2019

베트남 출장에서의 소소한 발견

베트남은 이런 게 다르다!

2018년 2월, 12월 그리고 올해 6월까지 3번 베트남 호치민 출장을 다녀왔다.

여행을 가더라도 출장을 가더라도 그 나라의 일상 속에 드러나는 소소한 문화 차이를 발견하는 걸 좋아한다.  


베트남 출장에서의 소소한 발견 4가지를 적어본다.


1. 많은 인물 사진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면 시립 또는 국립 박물관에 꼭 들린다. 한 나라와 도시의 문화가 역사와 함께 흐르는 곳이다. 역사를 둘러보고 거리를 걸으면 현재의 모습이 왜 그런지 더 이해하게 된다.


호치민 시립 박물관에서 특히 눈에 띄는 건 수많은 인물 사진이었다.


한국의 국립박물관에 가면 삼국 고려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일부 왕의 어진, 정말 유명한 대상의 초상화가 아니면 인물 그림이나 사진이 많지 않다. 한국은 글로 업적을 기렸고, 발명품, 남아있는 유물 위주로 전시를 구성한다. 역사 공부를 할 때도 우리는 역사적 인물의 이름을 주로 기억하고 정작 얼굴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반면 베트남은 지도와 사건별 주요 인물사진이 전시마다 걸려있었다. 베트남 사람들은 이들의 이름보다 얼굴을 더 잘 기억하고 있을 것 같다.


호치민 시립 박물관의 전시관


호치민 시의 중심부에 위치한 중앙 우체국에 가면 정중앙에 대형 인물사진이 걸려있다. 처음 보는 사람도 누군지 알아맞출 것 같은 이 사람은 바로 '호치민 주석'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글이나 사물이 아닌 인물의 얼굴을 통해서 그 사람을 상기시키고 업적을 더 생생하게 기리는 듯하다. 한국인으로서는 사진을 쳐다보다가도 눈을 내리게 되는 조금 낯선 문화였다.


호치민 중앙 우체국 정 가운데 걸려있는 호치민 주석의 사진


올해 6월에는 출장차 베트남 모바일 데이 컨퍼런스에 참관했다. 박물관, 역사적인 장소가 아닌 이 현대적인 컨퍼런스에서도 인물 사진을 참 많이 보았다.


컨퍼런스의 세션 일정이 입구에 펼쳐져 있었는데 발표마다 발표자의 사진이 붙어있었다. 한국의 컨퍼런스는 발표자의 실제 모습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는다. 웹 자료의 경우 포함하더라도 오프라인 팜플렛의 경우에는 종이로 본인의 사진이 돌아다니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굳이 배포 자료에 포함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마치 모두 인물 사진을 넣었는데 굳이 배제한 발표자가 있다면 더 눈에 띄는 양상이다.


호치민시에서 열린 베트남 모바일 데이 2019, 세션 발표 일정과 발표자들의 사진


2. 자연 채광의 도서관


첫 번째 출장 때 휴일이 하루 주어졌다. 호치민 시내를 자유롭게 걷다가 색다르게 생긴 건물 외관에 끌려 들어간 곳은 호치민 과학 종합 도서관이었다. 궁금했다. 관광객들이 많은 쇼핑 거리보다 현지인들이 일상을 보내는 모습이 더 보고 싶었다.


호치민 과학 종합 도서관 외부와 내부


외벽을 전통 문양을 투각한 석조 장식으로 둘러싼 것이 아름다웠다. 건축물에서 전통과 정성이 느껴졌다. 건물 입구에 교복을 입은 중학생들이 시끌벅적 단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내부에 들어오니 고동색 나무 계단과 하얀 시멘트 구조물에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무엇보다 특징적인 건 투각된 공간으로 들어오는 자연 채광이었다. 이 빛이 강해 내부에 조명이 많지 않음에도 어둡게 느껴지지 않았다.  


삼성이 컴퓨터와 전자기기를 후원해 스마트 라이브러리라 불리우는 과학 종합 도서관 S.hub


열람실도 외부 휴식 공간도 모두 큰 창으로 들어오는 자연 채광이 빛을 제공했다. 조용해야 하기에 창문은 작고, 한정적이고, 직사광선을 피해 커튼이 쳐져 있는 한국의 도서관과는 참 다른 느낌이었다.


3. 길거리 음식


첫 출장에서 베트남 지사 동료들이 맛집이라며 데려갔던 음식점이 길거리에 나와 있어서 조금 놀랐다. 주변에는 자연스럽게 쓰레기도 바닥에 많았다.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현지인들의 문화이기에 티를 내지 않았다.


출장을 2번, 3번 오다 보니 길거리 음식상 중에서는 깨끗한 곳, 맛있는 곳, 가성비가 좋은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현지인들은 길거리 반미, 반므엉상에게 자주 음식을 산다.


길거리에서 흔하게 찾을 수 있는 반미와 음료상
베트남에서 정말 자주 먹었던 드래곤 프루츠


음식보다 좋았던 것은 과일이었다. 딱 봐도 신선해 보이는 과일들을 길거리에서 쉽게 살 수 있었다. 또 과일은 사와서 오피스에서 깨끗이 씻고 잘라 먹으면 되니 문제없었다.


4. 대기오염 그리고 마스크


오토바이가 많다고 듣기는 했지만 이 정도라고는 생각 못했다. 첫날 딱 5분 오토바이를 뒤에 탔는데 다음날 아침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오토바이를 운전한다. 하지만 한국의 미세먼지 마스크처럼 두껍거나 정밀하게 제작된 게 아니었다. 왜 베트남 동료들이 한국에 출장 오면 마스크를 잔뜩 사가는지 알 수 있었다.


축구 경기가 있던 날이어서 베트남 국기를 단 오토바이들 (평소에는 이렇진 않다!)
매일 뿌연 하늘은 참 안타깝다. 마스크 없이 밖을 오래 걸으면 다음 날 목이 아팠다.


이 외 호치민에서의 소소한 느낌들,


안 되는 게, 싫은 게 크게 없다.

오토바이 주차장의 관리 아저씨, 젊은 사람들, 제복을 입은 경찰관, 모르는 사람에게 갑자기 길을 물어봐도 "이렇게 가도 될 거 같고 저렇게 가도 될 거 같다"며 웃으면서 말한다. 한국적인 예의와 친절의 웃음과는 조금 달랐다. 한국이라면 틀릴까봐 모른다고 하고 마는데.

안 되는 게 크게 없다. 경비 아저씨에게 빌딩에 남는 헬멧을 빌려달라고 해도 "그래라~" 하고 만다.


돌아가도 결국 됐으면 그만이다.

그랩 운전사들을 오래 기다린 경우가 많았다. 교통이 워낙 중구난방이다 보니 운전사가 헤매기도 하고 GPS가 잘못 잡혀 탑승지를 변경한 적도 몇 번 있었다. 헤매더라도 지체되더라도 운전자들이 인상 찌푸리지 않았다. 시간이 중간에서 꽤 많이 허비됐지만 만났으면 됐다 싶은 반응이랄까.


베트남 호치민 전경


호치민이라는 도시를 2년동안 3번이나 방문하게 될 줄 몰랐다. 베트남 동료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협업을 하며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답답한 점, 이해되지 않는 점, 힘들었던 점도 많았지만 시간과 경험이 쌓이며 문화 차이를 발견하고 이해해간다. 어려움을 이겨내며 국경을 뛰어넘는 다양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게 아직 재미있다.


이 나라가 좀 더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 종종 아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지만, 가능성과 새로운 양상에 놀라기도 한다. 항상 예상치 않게 가게 되는 베트남 출장, 왠지 올해 한 번 더 가게 될 거 같다. 도시마다 분위기가 또 다르다는데 이번에는 하노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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