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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ia Apr 01. 2021

싱가포르에서 매일 요가를 가기 시작했다.

매일 내 몸에 집중하는 한 시간

그때 세상에 그런 열정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과시하거나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에게 집중하고, 그런 나를 받아들이려는 열정.

요가복은커녕 목이 다 늘어난 티셔츠에 무릎이 튀어나올 대로 나온 추리닝 바지를 입고 있지만, 괜찮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매트를 다닥다닥 붙여서 앞뒤, 양옆 사람과 계속 부딪히면서도 누구 하나 싫은 기색 보이지 않고, 서로의 움직임을 타협해가며 그 안에서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것을 보며 나는 깨달았다.

그것이 가능하고,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진짜 세상이라는 것을. 반면 스스로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남만 두리번거리는, 그러다 옆사람과 부딪히면 서로 헐뜯으며 살아온 것이 내 인생이었던 것이다.

by '아무튼 요가'


3월부터 매일 요가를 가기 시작했다.


일을 마치고 5시 50분에 오피스를 나와 햇빛을 쬐는 순간 몸에 태양 에너지가 감돈다. 여름인 싱가포르는 아직 대낮이다. 버스를 타고 집 근처 요가 스튜디오에 도착한다. 마음을 아주 조금만 비틀면 귀찮고 빠지기 쉬운 수업에 오늘도 성실히 왔음에 이미 기분이 좋아진다. 이제 1시간은 번잡한 세상일로부터 차단이다.



차분하게 시작하는 요가가 좋다. 점점 템포를 올려 나의 몸을 살짝 챌린지 했다가 그날의 기분과 에너지에 맞춰 내 몸을 단련한다. 핸드폰은 사물함에 두고 문을 잠근다. 앞으로 1시간 동안 모든 메신저와 정보로부터 차단이다. 운동이 아니라면 이토록 내 신체와 정신을 모바일 기기로부터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시간이 있을까.


몸은 내가 가진 가장 원초적인 자원이자 태생적인 도구

아름답고도 쉽지 않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몸은 온전히 내 맘대로 사용할 수 있는 도구다.


내 몸에 흐르는 에너지를 느끼고 컨트롤한다.


호흡을 컨트롤한다. 들숨과 날숨을 원하는 길이까지 속도를 조절해본다. 눈을 컨트롤한다. 이완하며 감기는 눈을 오늘은 뜬 채로 동작을 연결하고, 마지막 5분의 집중된 휴식을 위해 조절해본다. 복근에 에너지를 집중해보았다 힘을 풀어본다. 힘을 이동시킨다. 손가락으로 발 끝으로 윗 복근으로 옆구리로 엉덩이로 허벅지로 배꼽으로 등으로. 어깨에는 아직도 힘을 푸는 연습이 더 필요하다. 어깨의 힘을 등으로, 팔뚝으로, 복근으로 애써 분산시켜 본다. 금세 다시 모이지만 몸이 새로운 힘의 분배에 반가워하고 조금씩 익숙해지는 걸 느낀다. 내 몸의 특정 부위에 집중되어 있는 힘을 분산시키는 것도 내 스스로 이토록 조절할 수 있다니 신기하고, 재밌다.


내 몸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커진다.


우습지만 솔직하게, 요즘 나는 어려지고 싶다. 신체 나이를 젊게 유지하고 싶은 간절함이 생겨 요가를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35살, 40살, 50살이 됐을 때도 동안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운동인 것 같아서 운동을 열심히 하게 된다. 동안이 되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다. 누구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고 살아야 한다고 하고, 누구는 사차원인 사람 중에 동안이 많은데 타인을 잘 의식하지 않고 근심 걱정 없이 사는 태도 덕분이라고 한다. 외부 스트레스도, 사차원이라는 기질도 내가 통제하기엔 어렵다. 반면 요가를 통해 외부 스트레스와 타인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체력과 정신력을 키우자고 되새긴다.


싱가포르에 오자 아름다운 몸매에 관심이 많아졌다. 크롭탑을 입고 배에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거리를 걷는 게 왜 이렇게 설레는지 모르겠다. 몸의 시각적인 변화에도 관심이 커졌다. 언제든지 수영을 할 수 있는 사계절 여름 날씨에 심지어 깨끗한 야외 풀이 콘도 안에 있다. 친구들과 주말에 즉흥적으로 바다에 갈 수 있고, 비키니는 하나로 부족해진다. 그러다 보니 복근이 생겼으면 (abs!) 좋겠고, 허리가 좀 더 들어갔으면 좋겠고, 일자 어깨를 만들고 싶어 진다.


동시에 내 몸에 대해 관찰하고 발견하게 된다. 매주 친구들과 함께 러닝, 테니스, 요가를 하며 너는 어떤 신체적 특징을 갖고 있고, 어떤 신체 능력이 강하고 약한지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 큰 무리 없이 5-10km 러닝을 할 수 있는 심폐지구력, 표적을 향한 집중력, 마르고 긴 팔다리, 까만 피부, 살이 안 찌는 체질은 분명 내 특징이다. 반면 근력의 부족, 빠르고 잦은 움직임의 부족 (매우 정적인 사람), 강도가 센 운동 시 인내심의 부족은 내가 인지하고 점진적으로 개선해나갈 부분이다.


시간은 잡을 수 없지만 젊음은 잡을 수 있다.


젊음을 가장 쉽게 유지할 수 있던 (아니 존재 그 자체가 젊음이던) 20대 초반에는 왜 그토록 게을렀는지 싶지만, 젊음의 묘미가 바로 그 젊음을 낭비(?) 하는 게 아닌가. 스스로가 얼마나 어리고 건강하고 빛나는 시절인지 모르던, 게으른 그때가 없었더라면, 지금 이 시간이 이토록 소중하고 간절하지 못했을 거다.


나 자신을 내려다보면, 천천히 가지만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내가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조금 더 삶에 감사하고 만족하는 방향으로, 나만의 가치를 찾고 집중하는 방향으로. 살아가며 만나는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에 감사한다.


스스로 '나'를 정의 내리지 못하면 다른 사람에 의해 정의 내려집니다. 무엇으로 살아가고,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를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나'만의 색깔을 유지하며 어떻게 살아갈지 많이 고민해보기 바랍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여러분들은 다른 사람의 칭찬에 익숙해지면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의 칭찬에 익숙해지는 순간 다른 사람들이 만든 기준대로 살게 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칭찬은 고래도 훈련시킬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 여러분이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낸 칭찬이란 기준에 의해 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스스로가 기준을 만들어서 그것으로 스스로를 칭찬하면 진짜 여러분다운 삶을 살 수 있어요.

by 김봉진 우아한 형제들 의장의 모교 방문 토크 (2021.03.15)


화려하게 미인이 아니더라도 맨 얼굴이 건강하고, 얼굴에 차분함과 편안함이 곁들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차분하고 정적인 나의 기질을 받아들이고, 평화롭되 밝은 사람이 되고 싶다. 요가를 통해 내 기준의 미를 키워나가면 앞으로 점점 더 젊어지리란 믿음이 생기자 매일 요가를 갈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 5분, 일한다고 차곡차곡 쌓인 긴장을 풀어본다. 


눈썹 사이의 긴장을 푸세요. 항상 미세한 긴장이 걸려있다는 걸 깨닫곤 놀란다. 어깨에는 하루 종일 왜 그렇게 많은 힘(짐)을 지고 있는 걸까. 긴장을 푸는 이완 행위에도 의식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삶을 꾸역꾸역 살아가고 싶지 않기에 긴장을 푸는 이 순간이 참 좋다.



마지막으로 1시간을 마치며 나에게 건네는 목소리.

오늘도 시간을 확보해 이 수업에 들어올 수 있었음에,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수련에 임할 수 있었음에 감사합니다.


내가 내 몸을 알고 강점을 살린다면,
나는 이번 생을 가장 아름답고 건강하게 살아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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