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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재 Oct 11. 2022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진짜 파이어족 이야기

돈은 사람을 건방지고 자만하게 만든다

어렸을 때부터 저는 말도 없고 조용한… 한 마디로 좀 찌질(?) 했습니다. 소심하고 자신감도 없는 조용한 학생 이었습니다. 

학교에 가면 있는지 없는지 아무도 모를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성인이 되었지만 성향은 쉽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항상 누군가에게 주목 받고 관심 받는 사람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존재감 없던 사람이 갑자기 남들 보다 빠르게 사회생활을 경험하며 어린 나이에 자신의 그릇 보다 많은 것을 누리게 되니 점점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산업기능요원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오니 겨우 대학교 2학년 이었습니다. 

하지만 3년간의 사회경험으로 일반적인 학생들보다는 실력이나 경험적인 부분에서 월등히 높았습니다. 회사에서 쌓은 경험으로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었고 학생이었지만 큰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한달에 200~300만원 정도를 평균적으로 벌었고 많이 벌 때는 400~500만원 까지도 벌었습니다.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하며 많은 상금도 받았고 커리어도 남들보다 많이 쌓았습니다. 이미 3년의 사회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학교 수업은 그저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고 학교도 제대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남들 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같은 또래가 누릴 수 없는 경제적인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운이 좋게도 대학교 3학년때 이미 대기업에 취업이 거의 확정이 되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취업을 고민할 때 저는 일을 하며 돈을 벌고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하였습니다.

이러한 생활이 길어지니 어느 덧 내가 남들과 다른 특별한 사람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취업하기 위해 아둥거리고 한끼 식사의 돈을 아끼려는 친구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우월감과 희열을 느꼈습니다. 20대의 패기는 자만심이 되었습니다. 평범한 친구들이 우습게 보였습니다. 점점 주위 사람들을 무시하게 되었고 은연중에 그러한 모습들이 사람들에게 비춰졌습니다. 대학교 친구들은 저에게 거리를 두기 시작하였고 저는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난 특별하기 때문에 멀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돈을 펑펑 썼습니다. 하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을 참지 않았습니다. 참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돈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사 모은 물건들은 마치 나의 능력을 과시하는 트로피가 되어 제 책상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 트로피를 보는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을 느끼는게 좋았습니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매일 매일이 즐거울 것만 같았던 일상이 슬슬 지겨워 지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먹는 비싼 밥도 더 이상 기쁘지 않았습니다. 우월감을 느끼게 해주며 나를 과시하게 해주었던 물질적인 것들은 어느덧 먼지만 가득하게 쌓여 있었습니다. 

한 동안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 던 것들은 이제 쓰레기가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 이 쓰레기들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 새벽까지 일하고 돈을 벌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모든 것들이 허무 해 졌습니다. 영원히 나를 즐겁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었던 것들은 하나씩 쓸모 없는 쓰레기가 되어갔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


그렇게 한 동안 멍하니 책상 위의 물건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도 않고 이제 더 이상 나에게 즐거움을 주지도 못하는 이것들을 위해 밤새 일하고 힘들어하는 제 모습이 한심 했습니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 제 모습이 한심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책상 위의 모든 물건들을 팔아버렸습니다. 


책상 위의 물건들을 처분하니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벌었 던 돈들도 다 써버리고 남아있지 않았고 비싼 물건들은 모두 헐값에 처분되었습니다. 주변에 친구들도 남아있지 않았고 무엇보다 더 이상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물질적인 것들이 주던 행복은 2년이 지나자 모두 환상처럼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물질적인 행복은 언젠가 모두 사라지는 구나.’


‘다시는 물질적인 행복을 추구하지 말자. 절대 사라지지 않는 것들에서 행복을 찾자’


그 날의 깨달음은 다시 한번 저의 삶의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물질적인 것에 대한 욕심, 사람들에 대한 우월감, 내가 특별하다는 착각, 자만심. 모두 그날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그리고 평생 사라지지 않는 것들에 투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취미를 배우기 시작했고 여행을 많이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것들을 보고 느끼며 경험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우월하고 특별한 사람이 되기 보다는 친절하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기로 했습니다. 혼자 빠르게 가기 보다는 함께 멀리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몰론 변화는 쉽지 않았습니다. 한 번에 바꾸기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날의 깨달음으로 지금까지 제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꿀 수 있었고 무엇보다 지금 나름의 행복을 찾았습니다. 

현재도 저는 물질적인 욕심이 없습니다. 어차피 오래가지 못 한다는 것을 알기에 물질적인 것들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돈이 그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것인지 그 사람의 본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것을 극복하지 못 한다면 돈은 절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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