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포장지는 없지만

by 소은

저는 매일 그날그날 떠오르는 마음과 나름의 통찰을 기록합니다. 그 기록들을 갈무리해서 에세이를 올리다 보니 자주 부딪치는 것들에 대해 오늘은 솔직하게 써보고자 합니다.


사실 저는 속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정말 별로 없어요. 가장 친한 친구에게는 최대한 표현하는 편이지만, 매일 붙잡고 통화하거나 만날 수는 없으니 자주 이야기할 수가 없죠. 그러니까 저 혼자 끙끙 앓고, 혼자만 생각하고, 혼자 마음속에서 맴도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진솔하게 말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보니 정말로 친한 친구나 관계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오래 묵혀야 맛이 나는 와인처럼 제 인간관계도 그렇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과 짱친이 되는 '지하철 친구(a.k.a 강남 친구)' 같은 건 제게는 상상도 못 할 일이죠.


말하지 않는 가족


이런 제 성격은 저희 집안 분위기의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합니다. 저희 가족은 단 한 번도 서로에게 솔직한 마음을 진솔하게 털어놓은 적이 없어요. 다른 가족 구성원 누군가 그러는 걸 본 적이 없고, 저도 경험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가족이지만 서로를 정말 모르고 누가 서로에 대해 어떤 걸 물으면 피상적인 대답만 할 수 있을 거예요.


특히 안 좋은 것, 부정적인 것, 아픈 것은 더 말하지 않는 편이었어요. 왠지 모르게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게 저희 가족의 풍조였습니다.


그리고 최근엔 '이래서 우리 가족 모두가 힘들구나.'하고 돌연 알게 되었어요.


마음과 쌓인 감정은 말해야 풀리죠. 하지만 말하지 않는 우리 가족은 풀리지는 않고 계속 쌓여만 갔습니다.


지난번 제가 엄마에게 전화해 울면서 '힘들다'라고 말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가 정말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족에게 마음의 아픔을 꺼내 보인 순간이었어요. 그리고 그때 뭔지 모를 기적 같은 치유가 조금 일어났던 것 같아요.


자꾸만 포장하려고


이렇다 보니 저는 솔직하게 말을 한다는 게 너무 어색하고 부끄러워요.


그래서 글을 쓸 때도 자꾸 예쁘게 포장하려는 저를 종종 발견합니다. 솔직하고 진솔한, 나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막상 키보드 앞에 앉으면 제 속마음은 너무 부끄럽고 창피해서 조금이라도 그럴듯해 보이게 만들려고 해요.


"이렇게 쓰면 너무 한심해 보이지 않을까?"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그냥 무난하게 써야 하나?"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며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꾸 뒤로 밀어내려고 합니다.


그래도


하지만 그래도 가장 솔직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그래서 원래 쓰려고 했던 주제는 이게 아니었지만, 자꾸 글을 더 나아가지 못하게 하고, 멈추게 만들었던 이 부끄러운 마음을 꺼내서 글로 만들어 보았어요..


'혹시 나랑 같은 마음을 느끼고 사는 사람들이 있진 않을까?'

'혹시 나처럼 거창한 꿈을 꾸면서도 부끄러워서 말 못 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혹시 나처럼 속마음을 꺼내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이걸 보지 않을까?'


우리 모두 완벽하지 않고, 부끄러운 구석이 있고, 말하지 못하는 마음들을 품고 삽니다. 현시대를 사는 인간이기에 더욱 그래요.


용기가 필요해


결국 솔직한 글쓰기는 용기가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필명으로, 신상이 공개되는 것도 아닌데, 단지 온라인에 글을 쓸 뿐이지만, 제 글을 봐주시는 분들이 계시니까요.


오늘도 이 글을 쓰면서 수십 번 망설였지만 이런 망설임마저도 솔직하게 써보기로 했습니다. 완벽한 글보다는, 부끄럽더라도 진짜인 글을 쓰고 싶었어요.


그리고 언젠간 이 부끄러움도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문장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keyword
수, 토 연재
이전 08화스스로 만든 시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