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과 태양

by 소은

길가에 핀 작은 들꽃이 있어요.

누구에게도 눈에 띄지 않고, 그저 바람에 흔들리고 햇볕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때로는 흙먼지에 묻히고, 누군가 밟고 지나가도, 다시 꽃잎을 엽니다.


들꽃의 시선 너머에는 태양이 있어요.

멀리서 빛나고, 따뜻하며, 누구에게나 눈부신 존재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세상을 비추는 태양

사람들은 그 태양을 바라보며 손을 뻗지만, 가까이 갈 수 없고, 시선을 떼지 못해요.


작은 존재들은 들꽃이면서,

동시에 태양이 되고 싶어 합니다.

작은 자신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 같고, 세상이 자신을 주목하지 않는 것이 두려워서

우월해지고, 사랑받고, 모든 걸 갖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 욕망과 집착 속에서 마음은 더 아프죠.


돌이켜보면, 마음속 집착은 사랑받지 못할 것 같은 무서운 공포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어릴 적, 부모님의 싸움 속에서 그 싸움을 멈출 수도

그들에게 행복을 줄 수도 없는 존재였던 경험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믿음을 심어주었어요.

그 믿음은 마음 깊이 자리 잡았습니다.


그 믿음이 너무 무겁고, 불안했기에, 작은 존재들은 태양이 되고 싶어 해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자신을 받아들이는 대신, 잘난 듯한 느낌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려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씩 깨닫습니다.

들꽃인 자신은 들꽃으로 살아갈 수 있고, 태양은 그저 빛을 비추는 것만으로 충분히 존재한다는 것을요.

들꽃은 태양 아래서 그 빛을 받지만, 그 작고 평범한 자리에서 나름의 사랑을 보입니다.


작은 존재들은 여전히 들꽃이지만, 조금씩 그 자리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흙먼지에 묻히고 바람에 흔들려도, 그 자체로 살아 있다는 사실이 자기 안의 태양을 만듭니다.


들꽃과 태양, 닿을 수 없는 거리와 간극 속에서도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있어요.

그리고 작은 존재들은, 들꽃으로서 자신을 인정하며 조금씩 가벼워지고, 시원해집니다.


들꽃임을 허용해도 천장이 무너지거나,

갑자기 지옥으로 떨어지거나,

온 세상에게 버림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세상은 여전히 똑같았어요.

네, 여전히 똑같은 세상이었습니다.

달라진 건 가벼워진 마음, 그거 하나뿐이었지만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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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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