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내 편

by 소은

마음을 알아가며 사는 건 매일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것 같아 설레고 재미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내 마음이지만 참 너무하다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저의 경우, 갑자기 죽고 싶은 기분-진짜로 죽겠다는 게 아니고요-이 신호였어요. 정말 뜬금없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겉으로 평화로운 상황에서 불쑥 예고도 없이 찾아왔습니다. 제 마음은 '지금 이런 걸 원하지 않아!'라고 소리치고 있었어요. 제가 못 알아채니까 극단적인 감정으로 시그널을 보낸 거죠. 마치 작은 돌멩이를 던져서는 파문이 일어나지 않으니 참다못해 커다란 바위를 던져버린 거 같았어요. 화가 단단히 나있었죠.


덜컥 겁이 났어요. 마음은 목소리가 되어 저를 다그치고, 몰아세웠습니다. 저더러 지금 뭐 하는 거냐고, 더 많이 가지라고 소리치고, 높이 올라가라고, 원하는 걸 꼭 가져야만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고 말했죠.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생산적이지 않으면 저를 질타했어요.


너는 지금까지 뭐 했냐?

오직 비난할 목적으로, 살아온 과거도 전부 부정했죠. 정말 너무한 마음이었어요.


너무 아팠지만 사실은 제가 이 목소리를 붙잡고 있었다는 걸 압니다. 왜냐하면 그렇게라도 저를 다그치지 않으면 정말로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거든요. 저를 더 가혹하게 몰아붙여서 뭐라도 하게 해야만 '제가 정말로 밀어내고 싶은 어떤 상태'를 부정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가혹한 목소리에 상처받은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그런데 그것보다 더 아픈 건 사실 제가 현재 살고 있는 이 현실의 삶을 만족하지 못하고, 너무 불행하다고, 도저히 이걸 내 삶이라고,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목소리는 억지로 부여잡은 썩은 동아줄이고요. 너무 어리석죠.


그러니까 정말로, 정말로 단 한 번만, 단 한순간만이라도 내 삶이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나는 꽤 잘 살고 있다고,

아파서 그런 거 다 안다고,

오랫동안 힘들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억지로 인정해주고 싶었습니다. 제 인생을요. 제가 지나고 밟아온 인생의 길이 비록 엉망진창이었더라도

그럴 수밖에 없었구나


저도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건지 모릅니다. 잘 살 수 없을지도 모르죠. 매 순간 내리는 최선의 선택을 나중엔 땅을 치고 후회할 수도 있고요. 두려운 건 타인의 비난이 아니라 저 자신이에요.


저를 비난하는 저는 적이 아니에요. 나 잘 좀 하자고, 좀 잘 살아보자는 걸 못되게 말하는 서툰 나 자신입니다. 그래서 저만큼은 제 손 좀 잡아주고 싶어요. 너무 혼내지 말고 이해해주고 싶습니다.

결국 비난하는 저도, 아픈 저도, 원하는 건 같으니까요.

keyword
수, 토 연재
이전 12화위로의 말은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