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만든 시험지

by 소은

시험 보는 꿈을 자주 꿉니다. 기억나는 꿈 하나는 시험 시간 종료에 임박했는데 아예 풀지도 못한 뒷장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었고, 또 하나는 역시 시간이 임박한데 계속 같은 부분에서 OMR 마킹을 틀리는 실수를 반복하는 꿈이었습니다.


두 꿈의 공통점은 제게 충분한 시간이 없다는 점이었고 꿈이었지만 생생하게 절망적이어서 억지로 '이건 꿈이야.' 하면서 깨어나려고 했다는 점입니다.


아마 이 꿈들은 분명 제가 현실에서 느끼는 불안과 연관이 있을 거예요. 항상 무언가에 쫓기듯 살면서, 정답을 맞혀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시간은 없고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 그런 마음이 꿈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가끔 드는 의문


저는 가끔 '지금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지금처럼 살아도 되는 걸까?'

'뭔가 다른 걸 더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아니, 이렇게 앞만 보며 불태우듯이 살아도 될까?'


지금의 삶은 그저 제가 한 선택일 뿐인데, 오답이면 어쩌나 하는 불안 같아요. 사실 그 누구도 제 삶의 방식에 대해서 틀렸다고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요? 하지만 저는 항상 누군가에게 만점짜리 시험지를 보여줘야 하는 것 같은 마음으로, 증명해야 할 것 같은 마음으로 사는 것 같습니다.


지금보다 더 애쓰며 살 수는 없음에도, 뭔가 더 열심히 해야 되는 것 같고, 더 큰돈을 모아야 하는 것 같고, 뭔가 막 성취하고 이뤄야 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올라오는 것 같아요.


어느 날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너는 너에 대한 기준이 정말 높은 것 같아. 난 나에겐 관대한 면이 있는데, 그게 정말 달라."


그때, '아 내가 남들 눈에도 그렇게 보이는구나.' 싶었어요.

언젠가 다른 친구에게도 "너는 항상 애쓰는 것 같아."라는 말을 들었을 때와 마찬가지로요.


이 가혹함은 어디서 왔을까?


저 자신을 채찍질하는 이런 가혹함은 출처가 어디인가? 하고 생각해 봤어요.


아무래도 당연히 완벽주의에서 기인하는 것이겠고,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불가능한 욕망에서 비롯된 것일 거고요.

제 현실과, 가까운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지 못하는 어리석음 때문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자주, 평범하게 행복을 얻는 다른 사람들을 동경했던 것 같아요.

저를 가혹하게 대할 때, 저도 모르게 '나는 왜 보통조차 안될까?' 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거든요.

'난 뭐가 문제일까?' 하면서요.


이런 생각과 마음을 갖는 저를 보고 '왜 저렇게까지 하지?'라는 생각이 올라오실 수도 있고,

공감하는 분들도 있으실 것 같아요.


조금이나마 공감하는 분들에게, 당신이 겪는 외로움을 똑같이 겪는 사람이 여기도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고요.


언젠가 현실에서, 우리 자신이 만든 시험지를 스스로 찢어버리고 당당하게 어떠한 불안감도 없이 시험장을 나올 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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