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비련씨 Jul 27. 2023

인연

인연은 항상 끝이 있다. 다시 만날 미래가 있기도 하지만 배터리처럼 정해진 용량이 있다. 나쁜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그야말로 시한이 다 된 것이다.

최근 이별을 했다. 사람과의 이별은 아니고 그룹의 해체랄까? '블랙핑크'는 아니지만 '계모임'같은 그룹이 있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도 없었지만 다양한 관심사를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하하호호 헤어질 때까지도 수다의 여운이 남아있는 좋은 사람들이다.

좋아하면 영원할 것 같지만 세상살이가 그리 녹록하지만 않다. 모임 기준을 '나'로 하면 나보다 연배가 있으신 세 분이 있는데, 연로하신 부모님의 건강 문제로 모임에 나올 수 없는 두 분의 상황이 발생했다. 그리고, 나보다 연배가 어리지만 능력 있는 분은 치열하게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 있어 이 모임에 더 이상 나오지 못한다.

나이대가 다양하지만 이 모임은 친구 모임 같다. 나도 저렇게 쿨한 어른이 돼야지 결심하곤 했다.

짧은 여행을 함께 했었다. 제주를 훌쩍 떠나기도 했다. 대형택시를 대절해서 가까운 곳에 다녀오기도 했고...

우리는 일본 여행을 꿈꾸며 계를 부었었다. 드디어 가려던 찰나 코로나가 터지고 말았다. 차곡차곡 모은 돈은 모임회비로 사용했는데, 그나마 올해부터는 나오지 못하는 분들이 생겨났다.

아쉬움과 미련이 남지만, 통장을 나누어 입금을 하고 지난날을 추억하는 작별인사를 고했다.

가끔은 만날 수 있겠지만, 모두가 모이는 날은 힘들 것이다.

좋은 날들이었다.


아직은 현업에 있는지라 일터 사람들과 고객사 혹은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이 있다. 그리고 학연으로 이루어진 모임이 있다. 항상 만나고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결국 지금 내 친구다.

얼마 전 오랜만에 카톡에 예전 지인 A의 생일이 떠서 커피를 보내고 안부 톡을 했더랬다. 이 사람 저 사람 이야기를 하다가 B의 이야기가 나왔다. 급 반가운 마음에 B에게 전화를 했다. 짧은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다음 통화를 기약했는데 서로가 엇갈렸다. 그리고는 문자만 나누고 통화를 못했다.

나는 급 반가운 마음이었지만, 더 이상 연락은 없었다. 왜일까?

갑자기 연락 온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 사람이 전화를 한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볼 것 같다.

이젠 가볍지 않구나 했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