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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비련씨 Jul 27. 2023

이별

좋은 이별이 있을까. 이별하는 당사자들이 같은 분량의 슬픔과 아쉬움으로 돌아설 리 없다. 둘 중 하나는 넘치는 아쉬움과 피가 철철 흐르는 아픔을 미쳐 닦아내지 못했을 수 있다. 그래도 해어져야만 한다. 영원이란 신의 영역이지 하찮은 인간계에 일어날 수 없는 순간이다.

대부분의 이별에서 남겨진 자로서  모습은 가엽고 불쌍하다. 이별의 과정은  단계쯤 된다.  번째는 이별의 전조를 느껴가는 과정이다. 어쩌면  순간이 제일 슬플지 모르겠다. 서로가 알고 있지만 말하지 못하는 순간이겠다. 그다음은 헤어지는 , 바로 이별의 그날이다. 당사자   명의 준비와 결심 그리고 시행이 있는 날이다. 철저한 준비를 끝낸 상대에게 마지막으로  심장을 내어주는 날이다. 리본을 묶은 칼로 쑤시던 백정의 칼로 쑤시던 나는 피를 흘린다. 마지막은 이별  치유의 시간이다. 같은 통증을 매일 느낀다면 어떨까. 다행인지 모르지만 점점 기억이 옅어지고 심장도 물기 시작한다.  시간이 짧아지기도 하고 좀처럼 차도가 보이지 않게 오랫동안 앓기도 한다.

많은 이별을 해왔고 또 이별을 준비한다. 마땅히 헤어져야만 한다.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적응되지 않을 낯설고 외로운 슬픔이다.

나는 또 이별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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