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by 희비련씨

좋은 이별이 있을까. 이별하는 당사자들이 같은 분량의 슬픔과 아쉬움으로 돌아설 리 없다. 둘 중 하나는 넘치는 아쉬움과 피가 철철 흐르는 아픔을 미쳐 닦아내지 못했을 수 있다. 그래도 해어져야만 한다. 영원이란 신의 영역이지 하찮은 인간계에 일어날 수 없는 순간이다.

대부분의 이별에서 남겨진 자로서 내 모습은 가엽고 불쌍하다. 이별의 과정은 세 단계쯤 된다. 첫 번째는 이별의 전조를 느껴가는 과정이다. 어쩌면 이 순간이 제일 슬플지 모르겠다. 서로가 알고 있지만 말하지 못하는 순간이겠다. 그다음은 헤어지는 날, 바로 이별의 그날이다. 당사자 중 한 명의 준비와 결심 그리고 시행이 있는 날이다. 철저한 준비를 끝낸 상대에게 마지막으로 내 심장을 내어주는 날이다. 리본을 묶은 칼로 쑤시던 백정의 칼로 쑤시던 나는 피를 흘린다. 마지막은 이별 후 치유의 시간이다. 같은 통증을 매일 느낀다면 어떨까. 다행인지 모르지만 점점 기억이 옅어지고 심장도 아물기 시작한다. 그 시간이 짧아지기도 하고 좀처럼 차도가 보이지 않게 오랫동안 앓기도 한다.

많은 이별을 해왔고 또 이별을 준비한다. 마땅히 헤어져야만 한다.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적응되지 않을 낯설고 외로운 슬픔이다.

나는 또 이별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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