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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비련씨 Aug 07. 2023

동주. 윤동주

영화


일요일 10시쯤 집을 나서서 1만 보 찍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미 오전 10시는 숨이 턱 막히는 공기와 햇살 탓에 더 이상 오전 느낌이 아니다. 살찌는 것에 대한 강박이 있는 우리 식구들은 면죄부를 받는 기분으로 강제 운동을 하곤 한다. 하지만 어제의 햇살과 온도, 날씨는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것처럼 낯설었다. 집 와서 밥을 해 먹을 기력이 없어 냉면을 시켜 먹었고, 저녁도 피자로 때웠다. 무기력한 주말 오후면 티비 혹은 유튜브로 시간을 모두 살라 버린다. 참 안 좋은 습관인데 시각적으로 주의를 빼앗기는 날이면 다른 활동은 전무하게 된다.

맥주와 피자를 먹으면서 동주를 보게 됐다. 흑백 영상은 무척 단아했다. 대가족 구성원과 고종 사촌이며 평생 친구였던 송몽규와의 관계들을 영화는 설명한다. 윤동주가 열등감을 느꼈을지 모를 송몽규는 시대를 잘못 만난 천재였다. 그 시절에 연세전문학교에 다닐 정도의 재력을 가진 집이었다. 부모는 동주가 연세전문학교에 붙어 서울로 가는 길에 배웅하면서 모자를 쓰라고, 쓰고 가라고 당부를 한다. 얼마나 자랑스러웠을까? 송몽규는 연설과 선동을 잘했었다 한다. 영화에서도 그렇게 그려진다. 둘은 우여곡절 끝에 교토로 유학을 떠나기로 결정을 한다. 그의 아름다운 시는 그가 겪어낸 시대적 상황에서 부끄러워하는 지식인의 슬픔이 그대로 느껴진다. 일제 강점기를 살아낸 선조들의 가슴 아픈 투쟁은 언제나 속에 천불이 일어난다. 하지만, 또 금방 잊히고 만다. 

독일을 다니면서 가장 많이 만나는 것 중 하나는 유태인 학살과 피해에 관한 기록들이다. 베를린 유태인 메모리얼 파크는 건축물만 보거나 혹은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경험 만으로도 그 슬픔을 느낄 수 있다. 올해 프랑크프루트 방문했을 때 유태인 뮤지엄이 새로 오픈을 했다고 해서 가보았다. 비건 식당이 유명하다 하여 갔다가 건물의 디자인과 색감에 반해서 시간을 내서 방문했었다. 유태인 뮤지엄은 생각보다 너무나 소박해서 놀랐다. 동네 풍경이 그려진 그림, 예배드릴 때 쓰는 도구들과 일반적인 집의 모형 등... 전혀 새롭거나 놀랄 것도 없는 물건들로 뮤지엄을 채워두었다. 게다가 입장권도 비싸다. 물론 1주일 사용가능하다 했으나, 여행객이 두 번 갈 일이 있을까. 

유태인들은 세금낼 돈으로 뮤지엄을 짓는다고도 들었다. 어쨌든 유태인들이 원한다면 그들이 나치에게 핍박당했던 역사들은 독일인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도시에 품어주었다.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수많은 시간을 들여 후손들에게 교육한다고 했다. 

우리와 일본은 그냥 평행선상에서 살아간다. 과거를 사과할 필요가 있냐는 이야기를 우리나라에서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동주를 보면서 또 울컥 치밀어 올랐다. 아름다운 청년이 이유도 없이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났다는 이유 만으로 옥살이 중에 죽었다. 알 수 없는 주사를 맞고 죽어갔다. 

경험할 수 있는 과거를 게임으로 설계할 수 있다면 좋겠다. 내 코가 석자인 요즘이라 아무 생각 못하지만, 어제 젊은 동주를 보면서 또 한 번 생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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