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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비련씨 Aug 09. 2023

아련한 애련씨 7. 재미

맛있는 거, 재밌는 거 23.8.9

요즘 최대 고민은 우리 동네 맛있는 집이 없다는 것이다.

90년대 버거킹이 이태원역 삼거리에 처음 생겼을 때 먹었던 와퍼의 충격적인 맛은 아직도 향과 식감이 각인돼 있다. 세상 맛집을 두루 다니면서도 그때만큼의 충격은 없다. 기억에 남는 맛집도 요즘은 별로 생기지 않는다. 식탐 많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내가 먹는 것에 흥미롭지 않은데 다른 일들은 어련할까? 재미있는 일이 없다. 이런 증상을 혹자는 나이 탓으로 돌리거나 갱년기 증상이라고 진단해주기도 한다.

요즘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항상 새로 시작하는 마음은 기대와 상상으로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앞서 설계하며 흥분하기도 하지만, 아직 오지 않은 그 시간들이 나를 공포에 몰아넣기도 한다. 잘 됐을 때와 잘 안 풀렸을 때의 상상이 냉탕과 온탕을 들락날락거리게 하는 것이다. 그래도 새로운 일은 나를 빠짝 긴장시킨다.

그러던 나에게 다소 충격적인 만남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놀공의 오랜 친구 슝슝공이다. 슝슝공을 소개하자면 S사에 근무하는 유능한 인재로 우리가 알고 지낸 지가 13년이 넘었다. 놀공의 초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 우리가 얼마나 재미에 몰입했었는지 무척 잘 알고 있다. 초창기 놀공은 개업한 지 얼마 안 되는 회사라 일도 그리 많지 않았고 우리 스스로가 재미있는 일이라 생각하면 시간과 노력을 갈아 넣어 즐거움을 빚었었다.

13년이 지난 지금도 엄청 큰 회사로 성장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규모 있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은 되었다.

그 13년간 슝슝공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있었다. 엄청난 성장과 많은 고민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져있었다. 정말 깜짝 놀랐으며, 함께 이야기한 4시간 동안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몰랐다. 내가 고민하는 시점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으며 새로운 것들도 알게 됐다. 어머머 오랜만에 흥분하면서 수다를 떨었다. 나에게 자극을 주고 새로움을 주는 시간이 필요했었나 보다. 너무 앉아만 있었나 싶다.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접점을 만들고 해야 하려나 보다.

아마도 열정이 펄펄 끓어 넘쳐 동분서주하면 또 맛있는 것이 생길지 모른다.


#사진은 5월 독일과 영국의 맛집 사진임


※ 놀공은 내가 운영하는 회사다. 'ㅇㅇ공'이라는 호칭은 놀공에서는 이름 혹은 원하는 호칭뒤에 '공'을 붙인다. 놀공의 '공'이기도 하고, 상대의 존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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