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인생 2막을 향한 작은 선언

by 송윤환

“형님, 요즘 제일 잘 노는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후배의 질문에 문득 나는 멈춰 섰다. 지금 나는 잘 놀고 있는가? 아니, ‘노는 것’이 뭔지도 잊고 산 지 오래다.

나는 40대 후반의 직장인이다. 회사는 위태롭고, 후배들은 빠르게 승진해간다. 내일이 잘 보이지 않는 이 시기에 나는 헬스장과 맛집, 해외 팝스타들의 공연장을 기웃거리며 숨을 돌린다. 나는 ENFP, 사람을 좋아하고 변화에 흥분하며 무언가를 새롭게 해보고 싶은 마음이 늘 들끓는다. 그러면서도 불현듯 내 삶이 메말라 있다는 생각이 든다.


2025-05-10 20 41 11.jpg 25년 4월 콜드플레이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 관람은 강렬한 기쁨을 주지만, 그 지속력은 약하다.


그래서, 지천명을 목전에 둔 지금의 인생 2막은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는 네 개의 키워드로 설계해 보면 어떨까?

이 말은 유시민의 책 '어떻게 살것인가'의 3장의 주제어이다. 아마도 현재의 내 나이와 성향, 앞으로 인생의 지향점에 가장 잘 어울릴 만한 문장이 아닐까 생각되어, 하나 하나 의미를 곱씹어 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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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아야 한다. 진심으로.


운동장에서 공을 찰 때, 맛집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웃으며 음식을 나눌 때, 나는 ‘지금 여기’를 가장 잘 느낀다. 나에게 놀이는 단순한 유흥이 아니다. 진심을 꺼내는 시간이다. 놀이는 가면을 벗게 하고,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드러난다. 정현종 시인의 말처럼,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그의 삶 전체를 만나는 일이다. 놀이는 관계의 시작이고, 또 회복이다.


일하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


더 이상 생계를 위한 노동만이 아닌, 나의 가치와 연결된 일을 하고 싶다. 몇해전 시작한 유튜브를 더 본격적으로 해볼까? 운동하는 모습을 브이로그로 남기고, 맛집을 탐방하며 사람들과 수다 떠는 콘텐츠를 만들면 어떨까? 좋아하는 것을 일로 만들면, 일은 노동이 아니라 놀이의 연장선이 될 수 있다. ENFP에게 일이란, 의미 있는 사람들과 연결되는 또 다른 방식이기도 하니까.


사랑하자. 더 깊이. 더 따뜻하게.


사랑은 연애만이 아니다. 아들과 손잡고 걷는 아파트 산책길, 친구와 웃으며 마시는 커피 한 잔, 그리고 가끔 연락 오는 고등학교 동기의 안부 문자. 그런 작고 진심 어린 순간들이 마음을 살찌운다. 삶은 사랑이 없으면 너무 건조하다. 사람의 마음은 쉽게 부서진다. 그러니 사랑하자. 자주, 많이, 그리고 진심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연대하라.


혼자서는 절대 설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 나는 지금 그런 순간을 지나고 있다. 회사를 잃어도, 길을 잃어도, 사람들과 함께라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동네 주민 모임, 운동 커뮤니티, 인스타를 통해 맺는 새 인연들… 그들과 함께 웃고, 먹고, 땀 흘리며 나는 다시 살아난다. 연대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마음이 닿는 한 사람과의 진짜 연결이다.


이제 나는 하루하루를 조금씩 다르게 살아보려 한다.
누구보다 아침 일찍 출근해 땀 흘리고, 낮에는 콘텐츠를 기획하며, 저녁에는 맛있는 걸 먹으며, 헬스장이나 도서관 문을 닫고 나오려 한다. 그 안에서 사람을 만나고, 진심을 나누고, 삶을 회복한다.


정현종 시인은 말했다.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그렇다. 나도 그런 바람이 되고 싶다. 사람들을 환대하고, 나를 환대하며, 인생 2막을 제대로 살고 싶다.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며. 그게 내 인생 최고의 프로젝트다.


unnamed (4).jpg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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