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실력을 키우고 향상 시키는 것
대인관계를 오래 유지하고 깊게 만드는 방법을 물어보면, 대부분은 이렇게 말한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줘야 한다.”
“마음을 열어야 한다.”
“배려해야 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살아오면서 느낀 건, 이보다 더 확실하고 오래 가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 말이 처음엔 조금 차갑게 들릴 수 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능력’이라는 기준으로 바라보는 건 왠지 인간미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들여다보면, 실력은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데 있어서 보이지 않는 강력한 연결 고리가 된다. 특히, 내가 러닝과 테니스를 하면서 깨달은 건, 실력이 곧 대인관계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사실이었다.
나는 수십년 전 러닝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했다. 건강을 위해, 체력을 위해, 그리고 퇴근 후 뭔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혼자 뛰는 러닝은 생각보다 외로웠다. 기록도 늘지 않았고, 동기부여도 점점 떨어졌다. 그러던 중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동네 러닝 클럽을 만들었다.
https://band.us/@longrunrunningclub
첫 모임 날, 나는 깜짝 놀랐다. 내가 제일 느렸고 오래 달리지도 못했다. 10km를 70분 언저리에 간신히 뛰던 나는, 50분대 기록을 아무렇지 않게 찍는 닉네임 '김부장' '롱런맘'을 보며 ‘차원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처음엔 그들의 대화 속에 자연스럽게 끼어들기도 힘들었다. 러닝 이야기, 기록, 대회 참가 후일담… 내겐 전부 낯선 이야기였다. 그때 깨달았다. 이 클럽에서 ‘나’를 자리 잡게 해줄 유일한 방법은 내 실력을 올리는 것뿐이라는 걸.
단순히 사람들에게 잘 맞춰주고 웃어주는 것만으론 오래 버티기 어렵다. 진짜 동등한 관계를 맺으려면, 내가 그들의 대화와 경험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했다. 그 후로 나는 퇴근 후 거의 매일 트레드밀 위에서 뛰었다. 주말엔 가까운 한강공원에서 장거리 러닝도 시도했다. 페이스 조절, 호흡법, 근력 보강 운동까지 챙겼다. 두세 달이 지나자 기록이 조금씩 좋아졌다. 5km 25분, 10km 60분대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클럽 사람들과의 관계도 달라졌다. 그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초보 러너’에서 ‘함께 뛸 수 있는 러너’로 변한 것이다. 나의 러닝 인증샷에 그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실력이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비슷한 경험은 테니스에서도 있었다. 테니스는 러닝보다 더 실력 차이가 관계에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운동이다. 주말마다 동호회에 나갔지만, 대부분의 경기는 ‘게임’이 아니라 ‘연습’ 수준이었다. 실력이 부족하면 상대방이 게임을 즐기기 어렵다 보니, 자연스럽게 같이 코트에 서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기를 가지고 실력자들에게 귀찮을 정도로 질문하고, 실내연습장에서도 꾸준히 연습하니, 3개월 뒤 변화가 찾아왔다. 랠리가 길어졌고, 포핸드와 백핸드가 안정됐다. 그제야 사람들이 나와 게임을 하길 원했다. 테니스에서는 특히 ‘비슷한 수준’의 파트너가 오래 관계를 유지한다. 수준 차이가 크면, 어느 쪽이든 만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러닝과 테니스 모두 나에게 같은 사실을 가르쳐줬다. 관계 속에서 나를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건, 결국 내가 쌓아올린 실력이라는 것.
왜 실력이 관계를 지켜줄까?
첫째, 같은 언어를 쓰게 되기 때문이다. 실력이 늘면 대화 주제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다. 기록, 기술, 경험… 이런 이야기 속에 내가 들어가면, ‘손님’에서 ‘멤버’가 된다.
둘째, 상호 이익이 생긴다. 운동이든 일이든, 실력이 있으면 상대방도 나와 함께하는 게 즐겁다. 서로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주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존중을 얻는다. 사람들은 실력을 갖춘 사람을 본능적으로 존중한다. 그 존중은 관계를 오래 지속시키는 힘이 된다.
흥미로운 건, 실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이미 관계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러닝 클럽에서 기록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수들과 훈련을 하면서, 그들과 함께한 땀과 시간은 이미 우정을 만들어냈다. 테니스에서 파트너와 연습하며 쌓인 호흡 역시 관계를 단단하게 했다. 결국 실력을 키우려는 노력 자체가 관계의 재료가 된다.
우리는 흔히 “사람이 먼저다”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사람을 오래 붙잡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좋은 사람’이 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그 관계 속에서 내가 주고받을 수 있는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가치는 대부분 내 실력에서 나온다.
러닝이든, 테니스든, 직장이든, 심지어 취미 모임이든 마찬가지다.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있어, 실력은 결코 차가운 조건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따뜻하고, 가장 오래 가는 신뢰의 기반이다.
관계를 잘 만들고 싶다면, 그리고 오래 유지하고 싶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당신의 실력을 먼저 키우세요. 그 실력이 사람을 데려올 겁니다.
끝.